지난 주말 동안 정말 오랫 만에 학교 수업과 관련없는 책을 한 권 읽게 되었다. 이 책 '왜, 소득이 미래를 결정하는가'는 지난 여름 운전하다가 라디오 어떤 프로그램에서 소개 받았던 책이다. 라디오에서 소개될 정도면 제법 재밌겠다고 싶어 기회를 엿보던 중 이번 주말에 한 번 쭉 읽게 된 것.

이 책의 핵심은 '소득이 모든 변화의 주체'라는 것이다. 즉, 개인이나 사회의 소득이 높아지면 그에 따라 의식이나 사회 제도가 따라서 바뀐다는 것이다. 저자가 학자는 아니기에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어떤 정교한 모델링이나 광범위한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지는 않는다. 대신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경험에 비춘 실례를 언급하거나 혹은 관련된 몇몇 책이나 문헌의 자료를 제시하는 정도에 그친다. 사실 저자는 그렇게 많이 증명하려고 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의 주장을 예지자적인 입장에서 선언하고 있는 듯하기도 하다. 다시 말해 이 책에서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할, 어떤 통계적인 유의성에 기반한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이 책의 장점은 저자의 통찰력에 있다고 하겠다. 

저자는 소득 수준을 크게 네 단계로 나누고 있다. 저자는 이 시대의 사회를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 이하 사회(우리 중심 사회), 3,000 달러에서 1만 달러 사회(나 중심 사회), 1만 달러에서 3만 달러 사회(너 중심 사회), 그리고 마지막으로 3만 달러 이상 사회(약자 중시 사회)로 구분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사회의 단계에 맞춰 각 사회의 부패 정도, 성공하는 사업, 사회적 의식, 민주주의, 사회 복지 등이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즉, 3만 달러 이상 사회는 우리 한국의 미래 모습으로서 향후 한국 사회상을 예측하고 싶다면 3만 달러 이상 사회를 보면 되며, 1만 달러 이하 사회는 한국의 과거 모습으로서 이러한 사회에 사업 진출을 꾀한다면 옛 한국의 법질서 준수 정도, 부패 정도, 끼리끼리 문화 등을 되새기고 진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해당 국가의 소득 수준과 번성하는 사업 관계도 분명한 상관 관계가 있기에, 향후 어떤 나라에서 새로운 사업을 계획하든 그 나라의 소득 수준을 반드시 먼저 이해하고, 이에 따른 사회 문화적 의식을 또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베트남에서라면 볼링 사업이 향후 상당 기간 유망 사업이 되겠지만, 한국에서는 향후 10년 이내에 골프장 사업이 사양 사업으로 전락할 것임을 '소득 시간'이라는 축을 통해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돈만 많이 벌면 의식이 개선되는가에 대해서는 사실 저자도 꽤나 회의적이다. 일반적으로 개인 혹은 사회적 의식은 소득에 비례하는 경향이 있지만 불일치가 발생하기 마련이며, 이런 불일치가 발생할 경우 사회적 의식이 후퇴하거나 혹은 소득이 뒷걸음침으로써 그 불일치를 해결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이 IMF 직전 1인당 GDP 1만 달러를 기록했으나 이를 뒷받침할 사회적 의식과 제도의 미비에 따라 IMF 환란 위기를 겪고 소득이 당시 한국인의 의식 수준에 맞는 7천 달러 수준으로 후퇴했음을 지적하기도 한다. 또한 왜 로또에 당첨된 많은 사람들이 다시금 불행한 삶으로 돌아가게 되는가에 대해서도 이러한 관점에서 해석한다. 저자가 '소득이 변화의 주체'라고 주장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돈만 벌면 된다는 그런 배금주의적 주장을 하고 있는 게 아닌 것이다. 삼성전자의 부패 스캔들을 언급하면서 삼성전자가 이러한 부패를 해소하지 못하면, 지금은 전자업계 중 1등이더라도, 언제든지 추락할 수 있음을 이러한 관점에서 경고하기도 한다. 

저자의 주장은 많은 부분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하고 그 근거 또한 많이 부족해 보이지만, 많은 부분에서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게 된다. 실제 향후 어떤 재테크를 해야 좋을지 고민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매우 유용한 지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찬, 왜 소득이 미래를 결정하는가, 2010, 황금고래

2010년 11월 8일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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