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한다.
스마트시티는 일반적으로 '도시'보다는 '스마트'를 더 강조한다. 스마트시티에서 도시란 거대한 데이터 생산공장이다. 도시 내 여러 활동과 상태는 각종 센서를 통해 모니터링되고 계량화되어 컴퓨터를 통해 빠르게 분석된다. 이제 우리는 도시의 많은 문제를 데이터 분석과 시뮬레이션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실제로 스마트시티에서는 예외 없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도시를 더 효율적이고 최적화된 방식으로 관리하며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려 노력한다. 다만,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치지만 계량화하기 어려운 공동체 의식, 소속감, 정주의식, 안정적 주거 등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한다.
도시관리의 최적화와 효율화는 스마트시티의 주요 기대효과로 꼽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시민과 도시의 관계, 시민과 시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스마트시티에서 도시란 위에서부터 주어진 깔끔하고 세련된 공간일 뿐 주민 공동체가 '함께 가꾸는 삶의 터전'이 아니다. 앱을 보다 마을버스 시간에 맞춰 정류장에 나가는 우리는 더 이상 정류장 벤치에서의 우연한 만남을 기대하지 못한다. 아무 생각 없이 정류장에 나갔다가 애 친구 엄마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는 사라져만 간다.
도시의 주인은 인간이지만 스마트시티에서 주민은 암묵적으로 스마트시티의 기술적 수혜를 받는 수동적 존재다. 주민에게 제공되는 맞춤형 최적 행정서비스란 사실 백화점 고객서비스의 공공버전일 뿐이다. 작은 서비스 빠르고 친절하게 잘 제공하지만 크고 중요한 문제에는 눈을 감는다.
스마트시티에서 지금의 도시는 두통거리다. 교통은 혼잡하고 환경은 오염되었으며 대기질은 최악이고 도시화와 주거문제는 이제 한계를 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시티가 필요하다고 한다. 찬찬히 돌아보면 이런 문제가 계속 해결되지 않았던 건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원래부터 복잡하고 풀기 어려운 문제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물어야 할 건 '스마트' 아니라 '우리에게 도시란 무엇인가?'일지도 모른다.
2020년 10월 19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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