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로 화백의 전시회를 간 건 이번이 두 번째다. 학교 다닐 때 서울에서 이응로 화백 특별전을 보고 이응로 화백과 윤이상 작가를 묶어 그들의 삶과 예술세계에 대한 리포트를 냈던 기억이 난다.
이응로 화백과 윤이상 작가는 간첩 조작 사건인 동백림사건으로 함께 옥고를 치렀는데 두 분 다 옥중에서도 창작 활동을 멈추지 않으셨다. 이응로 화백은 그림 그릴 도구가 없는 감옥에서 나무도시락 합판 위에 밥풀과 잡지, 신문을 으깨어 붙이고 그 위에 고추장과 간장을 칠한 콜라주 작품을 만들어내셨다. 옥중에서 남긴 작품이 300점 가깝다. 이응로 화백의 초기 파리 생활은 가난으로 고단했다. 역시 화가이자 부인이었던 박인경 씨가 생활고를 못 이기고 다른 방편을 찾아보자 했을 때 이응로 화백은 '예술인이 예술로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면 그건 예술인이 아니다'고 단박에 거절했다고 한다. 이런 그의 예술혼이 감옥에서도 계속 이어졌던 것. 윤이상 작가도 옥중에서 잡지, 신문 등 보이는 종이라는 종이에다가는 모두 오선을 긋고 그곳에다 작곡을 계속하셨다.
두 분 다 조국의 민주화에 관심이 많으셨다. 특히, '80년 광주'는 그들에게도 커다란 충격이었다. 이응로 화백의 말기 연작 군상 시리즈에서 80년 광주 민중의 호소와 외침을 읽어낼 수 있다. 윤이상 작가의 '광주여 영원하라' 또한 80년 광주에 대한 헌정곡이다.
참고로 9월 18일까지 대전 이응로미술관에서 '파리의 마에스트로'라는 제목의 이응로/이성자 특별전이 열린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기를.
덧) 근데, 오늘 아내에게 "그때 서울에서 이응로 화백 특별전에 당신이랑 같이 갔잖아?" 이렇게 말을 건넸더니 차가운 침묵만이 돌아왔다. 음...
2022년 8월 13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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