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멸시의 시대에 묵묵히 공동체를 위해 기여하는 이들이 모여 작은 행사를 개최 중입니다. FOSS4G 대회입니다. FOSS4G는 Free and Open Source Software for Geospatial의 약자로서, 오픈소스GIS를 사랑하고 사용하고 또 개발하는 이들이 모여 자신의 기술과 경험을 아낌없이 나누는 자리입니다.

이 행사는 누가 주최할까요? 이 행사를 이끄는 주역은 OSGeo(Open Source Geospatial) 한국어 지부입니다. 한국어권 커뮤니티의 오픈소스 GIS 사용과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2008년 결성된 비영리 민간단체로 지난 17년간 번역, 교육, 행사 개최, 홍보 등 쉼 없는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여러분이 QGIS, PostGIS, GeoServer 같은 유명 오픈소스를 쓰면서 만나는 한글 메뉴와 방대한 매뉴얼을 누가 번역했는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QGIS에서 한국의 모든 좌표계가 지원되고 국토지리정보원 고시 좌표계 변환법이 기본 제공되는 것이 신기하지 않으셨나요? 네. 이 모든 편의는 OSGeo 한국어 지부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입니다.

교육은 어떨까요? OSGeo 한국어 지부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비정기적으로, 그 이후로는 대한공간정보학회나 공간정보아카데미와 협업하여 매년 오픈소스GIS 교육을 실시했습니다. QGIS, PostGIS, GeoServer, OpenLayers 등의 실무 활용법을 교육하고 많은 수료자를 배출했습니다. 이렇게 배출된 엔지니어들이 한국 공간정보시스템의 근간을 오픈소스로 전환하고 또 새롭게 구축했습니다.

저는 2007년부터 전 세계 FOSS4G 대회를 다니며 수많은 참가자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한국처럼 공공분야에서 오픈소스 GIS를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나라는 드뭅니다. 지자체, 국방부 각급 부대, LX, LH, 연구기관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오픈소스 GIS 확산 뒤에는 OSGeo 한국어 지부의 절대적인 기여가 있었습니다.

2015년에는 세계 FOSS4G 대회를 아시아 최초로 유치하여 6일 동안 성대하게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습니다. 아시아 FOSS4G 대회 또한 2023년 12월에 잘 치렀습니다. FOSS4G Korea 대회는 2011년부터 매년 개최해 벌써 15회째가 되었습니다. 이 모든 성취는 금전적 이득이나 명예에 대한 기대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기여했던 OSGeo 한국어 지부 덕분입니다.

이제는 이들의 노력과 기여가 사회적으로 정당하게 인정받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장관 표창, 아니 대통령 표창 정도는 받아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순수하게 활동하는 이들에게 무슨 표창이냐고 반문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헌신을 공식적으로 존중하고 격려할 때 비로소 우리 공간정보 산업 전반에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생태계가 뿌리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헌신에 대한 합당한 예우야말로 대한민국 공간정보 산업이 '기술 소비국'을 넘어 '공유의 리더'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2025년 12월 5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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