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논쟁 혹은 사태를 통해 당사자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명분(명예)이거나 혹은 실리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진행 상황은,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우리 모두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는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결과가 어느 쪽의 승리로 결론이 나든 간에 이 사태 뒤의 처참한 폐허 속에 남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을 거라는 말이다. 결국은 우리 모두가 패자가 되고 마는 것이다.

우선 MBC의 주장이 사실로 들어났다고 가정해 보자.

이런 경우 사실상 재앙에 가까운 사태인데, 이렇게 되면 사실상 한국의 생명공학은 10년 이상 정지될 확률이 높다.

MBC가 지적한 것이 황우석교수팀이 2005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맞춤형 줄기세포 배양'에 관한 논문에 한정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모든 성과는 즉각 부정될 것이며, 한국인의 윤리성 및 한국의 신인도는 거의 바닥으로 곤두박칠 것이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아마 황우석교수는 최소 은퇴 최고 자살까지 할 것이며 그의 연구팀은 해체되고 기존의 BT에 관한 어떤 호의적인 시각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황우석교수의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그냥 작살나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한 10년간 한국인이 사이언스나 네이처에 논문 싣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그럼 이런 사태를 통해서 MBC가 원하던 '진실성'이라는 측면이 달성이 될까? 조금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게 눈에 선하다. 아마 한동안 MBC는 자화자찬을 해대고, 어쩌면 퓰리처 상을 수상할 수도 있겠지만, MBC가 피디수첩을 통해 얻고자 했던 '진실성'이라는 측면에서 얻는게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언론이 '진실성'을 추구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것이 '공익'에 부합하기 때문인데, 이 사태를 통해 실제로는 이 공동체에 그 '공익'과 '진실'이라는 '실익'이 얼마나 발생할 지는 정말로 미지수다. 민중의 허탈감, 한국 과학계의 추락, 신인도 하락 등등.

다음으로 황우석교수팀이 맞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에도 우리에게는 별다른 실익이 없다. 원래 맞다고 생각했던 것이 맞았을 뿐이니까?

대신 아마도 MBC는 거의 존폐 기로에 설 정도로 초토화가 될 공산이 큰데, 어쩌면 이것 또한 굉장히 비참한 일이다. 나름대로 언론의 본연의 기능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던 언론기관이 한 번의 실수로 완전히 망가지는 사태가 오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황우석신화는 더욱 공고화될 위험이 크며, 언론이 과학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이쯤에서 회색의 지대를 찾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많은 사람이 타협의 지점이 없다고, 이제는 너죽고 나살자고 이야기하지만, 언제나 회색의 지점은 있다.

사실 이런 사회 갈등 속에서 이런 것을 타협하고 조율해 줄 수 있는 계층이 아마도 사회지도층 혹은 원로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도대체 우리나라의 소위 사회지도층이나 원로는 사태가 이 지경이 올 때까지 뭘하고 있었나 싶기도 하다.

내가 생각해 보는 대안은 다음과 같다.

우선 MBC가 공개검증을 요구하더라도 황우석교수팀은 그냥 무시하면 된다. 왜냐면 이미 세계적인 학술지인 사이언스에서 수차례에 걸쳐 그의 논문의 '진실성'을 보장했기 때문이다. 황우석교수는 침묵만 하더라도 이미 승리자다.

MBC는 지금까지 자신들이 취재한 내용을 그대로 보도하면 된다. 황우석교수에게 공개 검증을 요구했어도 무응답이더라고 하면 된다. 아마도 이런 경우 MBC가 많은 비판을 받겠지만(무책임한 보도를 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많은 비판은 공개검증을 거부한 황교수팀에게 향할 것이다.

국민들은 진실이 뭐냐고 의아해 하겠지만, 그 진실에 대한 해석은 결국 국민의 몫으로 맡기는게 맞는 것이다.

언론의 '진실'에 대한 탐구는 어디까지나 공익이라는 가치 위에서 기능함을 다시 한 번 기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주보는 두 기관차마냥 앞으로만 서로 폭주하며 서로가 얻는게 아무 것도 없는 이 싸움에서 우리가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얻는 지혜를 발휘할 때가 아닌가 싶다.

2005년 1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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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10일 덧글 :
다시 돌이켜보건데, 결국 진실만이 대안이다.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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