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디수첩의 연구 윤리성에 대한 지적에 동의합니다. 연구윤리에 대한 부분은 피디수첩의 1차 방영분에 해당한다고 보는데요, PD수첩의 편집 방향에 대해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있고 필요한 언론사 본연의 임무를 수행했다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제가 이 글에서 언급하고자하는 부분은 PD수첩 1차 방영분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 전개되고 있는 문제는 유감스럽게도 윤리문제가 아닙니다. 한 언론사가 이미 공인된 '논문의 진실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고, 이 부분을 직접 검증하겠다고 나서고 있다는 점입니다.

세계2대 학술지인 사이언스가 공인하고 검증한 부분을 지금 피디수첩이라는 언론이 나서서 다시 검증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꼴입니다. 이 부분은 정말 황당합니다. 황당하다 못해 말이 다 안나올 지경입니다. 차라리 이런 경우는 피디수첩이 논문하나를 다시 써서 사이언스에 투고하는게 맞는 겁니다. 황우석교수의 저번 논문이 이러이러해서 거짓이라고.

솔직한 생각으로 황우석교수팀의 연구가 잘못되었다고 한들 그것 그냥 과학자 세계의 자정능력에 맡기면 됩니다. 하지만 그게 틀리지 않았다고 그 학계에서 서로 인정하면 사실 그게 '진실'이 되는 겁니다.

미국현대미학회 회장이었던 조지딕키는 '예술이란, 예술과 관련된 제도적인 교육을 받고 그 제도 속에서 인정받은 인공물'이라고 정의합니다. 즉, 예술에 대해 외부인이 왈가불가하지 말고 조용히 예술계 제도를 따르라는 것입니다.

만약 현재 피디수첩의 보도태도라면 백남준이든 피카소든 존 케이지이든 모두 피디수첩의 검증을 받아야 하는 꼴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진실'만이 '공익'이라는 주장에 절대 동의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근대사의 식민지 지배와 식민지에서의 약탈과 대학살은 사실 기독교적 윤리관에 기초한 당시의 '진실' 아니었던가요?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는 어떻습니까? 스탈린은 과연 자신이 '진실'을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저는 오히려 '진실'에 이렇게 절대가치를 부여하고서 접근하는 것이 사실상 파시즘이나 나찌즘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순수에 대한 집착'은 언제나 폭력과 광기와 죽음을 불렀으니까요.

자, 한 가지 예만 더 들어 봅시다. 요사이는 좀 뜸해졌지만 '새만금 사태'에 대해 이야기를 해 봅시다. 제 주변의 수리수문전공자와 생태학자들의 '새만금'에 대한 '진실'은 완전히 다릅니다. 나름의 학술체계에서 나온 결론들인데 그 바닥에서는 서로 인정되는 '진실'이지만 양쪽 학계에서는 절대 '진실'로 인정되지 않죠?

언론의 무소불위의 권력화, 제도언론대 네티즌언론의 싸움 등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습니다만 우선은 여기까지 줄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핵심은, 지금의 사태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요, 교각살우라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빈대만 잡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럼 서로 행복하지 않습니까?

2005년 12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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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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