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쉬지 않고 7.8km를 달렸습니다. 어제와 달리 몸이 무거워 달리기가 쉽지 않더군요. 허벅지와 종아리는 팽팽하고 발은 바닥에서 쉬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가뿐하게 달렸던 어제와 달리 오늘은 왜 이럴까 그 연유를 찾다 생각이 문득 여기까지 미치게 되었습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같다고 할 수 있을까?"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강물은 계속 흐르기 때문에 어제의 그 물이 아니고, 우리 자신도 순간순간 변하므로 동일한 경험을 반복할 수 없다는 뜻이지요. 불교에서도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오직 지금 이 순간의 나를 관찰하라."고 설파하셨습니다. 심리학자 아들러는 어떤가요? "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까지 주장했지요.
철학을 넘어 생물학적으로 이야기해 봅시다. 위장내벽은 평균 3~5일이면 세포가 전부 바뀝니다. 외부 피부는 이미 죽기 시작한 각질층으로 2~4주만에 새로운 세포가 올라옵니다. 여러분 집에 가득한 먼지 주요 성분이 바로 몸에서 떨어진 이 각질이죠. 적혈구는 네 달이면 모두 새로 만들어집니다. 간 세포도 1년이면 모두 교체됩니다. 이렇게 내 몸의 세포도 바뀌는데 어제와 나와 오늘의 나는 같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런 생각을 하며 달리다 보니 문득 집에 도착했더군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아, 다들 이런 헛생각을 하며 달리는구나. 그래서 힘든 줄 모르고 그 긴 거리를 뛰는구나. 달리기의 장점 중 하나가 바로 이렇게 뇌가 헛생각하게 만들어 뇌를 쉬게 하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참고로 우리 몸 세포 대부분이 주기적으로 교체됩니다만 유일하게 뇌세포만 평생 거의 바뀌지 않습니다. 대뇌 피질의 신경세포는 태어날 때 만들어진 상태 그대로 평생을 갑니다. 개운했던 어제의 나를 기억하는 이유겠지요.
2025년 12월 8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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