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이렇게 세종에서 공주까지 자전거로 다녀오면 다들 당연히 자전거 길에 가로등이 있으려니 한다. 아니, 세종에서 공주 가는 자전거 길에 가로등 하나도 없다. 그냥 태양광을 이용한 도로표지병만 몇 곳에 설치되어 있다. 이거라도 만나면 반갑다.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순전히 자전거 전조등에 의지해 달려야 한다. 그래서 전조등 배터리가 충분하지 않으면 낭패를 겪게 된다.
길이 어두우니 무섭기도 하다. 가끔 고라니가 후다닥 내 곁을 같이 뛰기도 하고 뭔지 모를 들짐승이 빠르게 앞을 지나치기도 한다. 어두운 곳에서는 들짐승 들으라고 일부러 음악을 크게 켜고 달리기도 한다. 그래도 제일 무서운 건 역시 사람이다. 가끔 도저히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곳에서 손전등도 없이 산책하는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아까도 빠르게 달리는데 앞에서 두 명이 내 쪽으로 아무런 낌새도 불빛도 없이 그냥 걸어오고 있어서 꽤나 놀랐다.
수도권 같으면 하남 미사리부터 잠실, 여의도, 김포를 거쳐 인천 정서진까지 가로등이 환하겠지만 지방은 다르다. 수도권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게 지방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수도권 사람들도 알았으면 좋겠다. 오늘 밤 공주 왕복하며 만난 자전거 라이더는 딱 4명이었다.
2023년 3월 18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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