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딸아이가 엔트리로 게임 만든다고 한 3~4일 컴퓨터 붙잡고 궁싯거리더니 드디어 오늘 게임을 완성했다. 제목이 '진짜를 찾아라~'는 게임인데, 똑같이 생긴 오브젝트 중 조금 다른 것을 찾아내는 게임이다. 15단계(딸아이 표현으로는 스테이지)까지 모두 성공하면 '수고했어요!'라는 화면이 마지막에 뜬다. 이거 만든다고 근 3~4일 동안 하루 2~3시간씩 컴퓨터 앞에 꼬박 앉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게임 대신 엔트리에 중독되는 건 아닌가 싶어 약간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오히려 이렇게 방조한 측면도 있었다. 뭔가 하나에 푹 빠져 스스로 끝마쳤을 때 그 성취감이 얼마나 대단하고 소중한 경험인지를 알기에.


2. 딸아이 세대는 나와는 전혀 다른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딸은 아이패드에 있는 GarageBand나 내 휴대전화에 있는 SoundCamp 같은 앱을 이용해 장난치고 작곡한다. 영국에서 학교 다닐 때 음악 시간에 이런 앱들을 가지고 수업을 받아서 다른 악기로 연주한 것들을 트랙으로 나눠 믹싱하는 데도 익숙하다. 작곡이라고 해봤자 음이 엉망진창이거나 혹은 피아노 학원에서 배운 음을 흉내낸 것에 다름 아니지만, 최소한 딸에게 '음악 만들기'란 어려운 뭔가가 아니라 그냥 놀이 중의 하나다. 그림 그리기도 마찬가지인데, 아이패드에 있는 TypeDrawing 같은 앱이나 안드로이드의 ActionMemo 같은 앱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쉽게 그려낸다. 엔트리나 스크래치를 가지고 놀다가 필요한 경우 자신이 그림을 그려 집어 넣기도 한다. 엔트리나 스크래치에 자신이 만든 음악을 어떻게 넣을 수 있는지 묻는 걸 보면, 이미 딸아이 세대에게 멀티미디어란 내 어린 시절의 연필, 지우개와 다름 아닐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3. 지금은 마음의 양식으로 인정 받는 소설이 처음 등장했을 때 동서양을 막론하고 영혼을 좀먹는 악마의 글 정도로 평가 받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지금은 많은 학교에 영화보기 동아리 같은 게 있지만, 과거 우리 부모 세대가 자식들에게 보여준 영화에 대한 인식은 극도로 적대적이었다. 마치 지금 부모 세대가 게임에 대해 보여주는 태도만큼이나 말이다. 주변에서 갤럭시나 인베이더 같은 고전 게임을 준비해서 자녀와 함께 하려는 부모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걸 보면 조만간 여러 학교에 고전게임 동아리 같은 게 생기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ㅎ 두 가지는 명확해 보인다. 세상은 내 어린 시절과는 비교도 못할 속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부모로서 내가 아는 지식이란 저 드넓은 백사장의 모래 한 알 보다도 못하다는 점이다. 준비되지 않은 부모로 빠르고 영특하게 성장하는 아이에게 뭘 어떻게 해줘야하나 고민만 쌓여간다. 


2016년 8월 19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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