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계는 최초의 블랙홀 사진에 환호했다. 1608년 네덜란드의 한스 리퍼세이가 망원경을 발명한 지 400여년 만에 이뤄낸 천문학의 쾌거다. 지난 400여년 동안 인류의 우주에 대한 인식은 빠르게 변하고 발전했다. 천동설이 해체되었고 우리 태양계, 은하계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믿음 또한 부서졌다. 인류는 빅뱅 이론을 확립했고 우주가 빛보다 빠르게 팽창한다는 사실을 관측했으며 존재조차 미스터리한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전체 우주의 90% 이상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3년 전에는 중력파도 발견했다. 닐 타이슨에 따르면, 우리는 매일은 아니더라도 매주 한 번씩은 천문학적 관측이나 발견이 대중미디어를 장식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 모든 발전은 과학적 기기를 활용한 관측에 기대는 바가 크다.

우주라는 객관과 실재의 세상에서 잠시 눈을 돌려 우리의 내면을 살펴보자. 주관과 정신의 세계로 간주되는 인간의 뇌는 몸무게의 2%에 불과하지만, 몸 전체 에너지의 20%를 소비한다. 인간유전자의 80%는 사실상 뇌를 위해 존재한다. 우리는 이 신비로운 뇌와 그리고 뇌에 담겨 있다고 믿는 의식과 영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 책 ' The Future of The Mind'는 이론물리학자가 쓴 뇌과학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책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과학을 대중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기로 유명한 뉴욕시립대학교 미치오 카쿠 교수가 저자다.

최근의 뇌과학은 과거와 달리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뇌와 뇌의 활동을 다양한 방식으로 스캔해낼 수 있는 MRI, EEG, PET, CAT 등과 같은 첨단장비가 뇌과학의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 마치 망원경의 발명과 발전이 천문학의 폭발적 성장에 많은 기여를 했듯 말이다. 이미 뇌과학은 머릿속의 생각과 글자를 읽고 흐릿하게나마 꿈을 영상으로 녹화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동물 실험에서는 대륙을 건너 떨어져 있는 두 쥐의 뇌를 사실상 연결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영화 매트릭스나 공각기동대에 나오는 것처럼 특정 기억을 다운로드하거나 업로드하는 것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는 의미다. 어떤 과학자들은 인공지능이 아닌 인공두뇌를 연구하고 있기도 하다. 뇌의 뉴런과 연결상태를 컴퓨터 상에서 시뮬레이션함으로써 가상의 뇌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전체 뇌는 아니더라도 특정 연결 부위에 대해서는 이런 실험이 이미 성공을 거두고 있다. 어쩌면 먼 미래에 인류는 뇌 전체를 그대로 컴퓨터에 업로드하고 육체를 버릴 지도 모른다. 물리학자로서 저자는 인간의 영혼이 에너지 상태가 되어 우주를 여행하는 게 불가능한 일만은 아님을 이야기한다. 영혼을 레이저빔에 실어 전송하고 목적지에서 다시 로봇 육체에 이 영혼을 담아낸다면 우주여행이 길고도 고통스럽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잔 다르크나 많은 종교지도자가 어쩌면 측두엽 간질을 앓았을지도 모른다. 측두엽 간질 환자 중 많은 이들이 종교적 체험을 한다. 일반인의 측두엽 특정 부분을 마비시킬 경우 역시 유사한 초월적이고 신비로운 경험을 한다. 그러다가 해당 부위에 대한 마비를 풀면 바로 정상으로 돌아온다. 종교적이고 초월적인 경험이 저자에게는 뇌의 작동 이상으로 설명되지만, 종교인들에게는 뇌의 그 부분이 바로 신과의 연결통로로 받아들여진다는 대목이 흥미롭다. 임사체험, 유체이탈 등도 모두 과학적 실험을 통해 뇌 기제의 작동 이상으로 설명된다.

이 책에는 이외에도 여러 흥미로운 주제로 가득하다. 내 마음은 하나인가, 어쩔 때 천재적인 재능이 나타나는가, 의식이 있다면 인공지능이나 외계인은 어떤 의식을 가졌을까, 인간이 뭔가를 결정하기 전 300밀리초 전에 이미 뇌는 결정된 상태인데 과연 인간에게 자유의지란 있는 것인가, 우연의 우연의 산물인 인류는 과연 신의 의도인가, 냉전시대의 마인드 콘트롤 연구는 성과를 남겼는가 등등. 저자가 글을 참 잘 쓴다. 글이 전체적으로 쉬우면서도 내용이 잘 전달된다. BBC나 Discovery 같은 채널에서 보여주던 말빨이 대본빨이 아니었던 것. 국내에는 '마음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번역본이 나와 있다.

 

The Future of the Mind: The Scientific Quest to Understand, Enhance, and Empower the Mind by Michio Kaku 

 

2019년 5월 8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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