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돌아보며

낙서장 2023. 12. 31. 22:49

1. 정신적으로 올해 반 뼘 정도 성장했다. 인제야 어른이 되고 세상을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난 항상 늦었다. 세상 물정을 이해하는 것도 늦었고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도 늦었다. 한마디로 철이 없었고 내 주변 친구들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러던 내 눈에 이제서야 안 보이던 세상의 일부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얼마나 부족하고 어리석은가를 깨달으며 말이다.


2. 올봄에는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세상에는 해결책이 없는 문제도 있기 마련이며 상황이 나빠지지만 않는다면 시간이 약일 때도 있더라. 너무 애태우지 않아도 됐다. 이 모든 일이 예비된 운명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맘이 편하기도 했다. 주변의 여러 사건과 일들이 다 정해 놓은 길을 향해 가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하나의 문이 열리니 너무 고민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힘든 시간을 보낼 때 날 챙겨 준 동료가 고맙기만 하다. 


3. 작년만큼 자전거를 많이 타지는 못했다. 그래도 부여에서 강경까지 직원들과 함께 자전거 야유회를 다녀오고, 생애 최초로 양평 그란폰도에 나간 건 잊을 수 없는 즐거운 기억이다. 담양댐에서 광주광역시까지 영산강 자전거길도 좋았다. 신체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아침 일정한 루틴을 반복하며 내 몸의 습관으로 만든 건 커다란 수확이다. 술을 줄이지 못한 건 아쉽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4. 사회적으로는 올해 FOSS4G-Asia 서울대회와 OpenStreetMap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다. FOSS4G-Asia 서울대회 준비하며 내 지랄 맞은 성격 탓에 조직위 분들이 힘들었을 텐데 이 자리를 빌려 용서를 구한다. 대회 자체가 역대 최고의 대회로 마무리되어 만족스럽기 그지없다. 스트레스를 풀려 시작한 OSM 편집은 이제 내 삶의 한 부분이 되었다. 거의 매달 한국 순위 10위권 내에 있다. 최근에는 거의 5등 정도 한다. 담양군과 세종시를 집중적으로 편집했는데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게 매력이다. 


5. 사업적으로는 실망스러운 한 해였다. 주변 환경이 급변한 탓도 컸지만, 사장이란 놈이 작년 성과에 취해 겉멋 들고 건방 떨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시장의 신'은 겸손하지 못한 놈을 벌하기 마련이다. OKR을 회사에 도입하고 한 1년 쭉 실행해 본 게 성과라면 성과다. 그 결과로 하반기에 재미난 시도를 했다. 지멍이(지하철 멍때리기)나 mago 3DTiler의 오픈소스 공개 같은 거 말이다. 더 멋진 성과가 하나 있는데 그건 내년에 공개하도록 하자.

 
6. 내년에는 돈을 더 많이 벌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돈을 많이 벌면 내게도 좋고, 가족에게도 좋고, 직원들에게도 좋고, 커뮤니티에도 좋고, 사회에도 좋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어떻게 돈을 벌고 돈을 많이 벌면 뭐 할까 상상하니 기분이 좋아지며 얼굴에 웃음이 돈다. 하늘에서 내려와 이제 땅에서 좀 구를 때가 된 것 같다. 올 한 해 고생했고 또 새해 신나게 살아보자.

 

 

 

2023년 12월 31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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