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후배 결혼식에 갔다가 동아리 후배들에게서 민중가요 CD를 받았다. 저번에 신청한 민중가요 CD다. 4장의 CD를 20,000원에 사고서, 친한 과 후배 결혼식에 들렀다가 회사로 들어와 지금 노래를 듣고 있다. 가장 먼저 들은 곡이 바로 정태춘의 "92년 장마, 종로에서"이다. 아무도 없는 회사 사무실에서 모든 볼륨을 최대로 올린 채 혼자 눈을 감고서 헤드폰으로 그의 노래를 계속 들었다. 강렬한 반주 위에 흐르는 유장한 가사와 선율들. 왠지 모르게 지긋이 밟혀오는 슬픔과 어떤 작은 희망 같은 것들. 이런 것들이 교차하며 지난 몇년 간이 스쳐 지나간다. 그립다. 그 순간순간들이.. 흘러간 것이 시간만은 아니겠지......


2. 요즘 내면의 내 자신과 많은 대화를 하려 하고 있다. 예전에 쉽게 무시해 버렸던 영적인 존재로서의 나와 내 내면 속의 참된 나를 발견하고픈 어떤 욕구같은 것 때문이다. 지난 번 논산에 훈련을 갔을 때, 50km 야간 지속 행군을 하면서 육체적 고통 한편으로 나는 무척 기뻤다. 12시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나는 내 자신과 대화할 수 있었고, 나와 세계와 우주, 종교 이런 것들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오랜 시간동안 오로지 내 자신과 대화한 적이 최근에 있기나 했던가? 꼭 종교 같은 틀로서가 아니라, 모순투성이이고 상처투성이인 내 자신 속의 또 다른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와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들이 요즘 많이 솟아나고 있다. 나의 약점, 욕구, 불만, 증오, 상처들을 바라보고 조용히 인정하고픈 마음이다. 어렵겠지? 부처처럼 진심, 탐심, 치심을 버리고 항상 내면의 울림을 조용히 관찰할 수 있는 경지는 도대체 어떤 경지일까? 아, 저번에 논산훈련소에서 불교의 계를 받았다. 공식적으로 불교신자가 된 셈인데, 아마도 날라리 불교신자가 한 명 생겼다고 보면 맞을 게다.


3. 팔레스타인이 슬프다. 이스라엘 건국일이 팔레스타인에겐 역시나 "재앙의 날"에 다름 아니었고, 이스라엘 병사들은 아무런 죄의식없이 팔레스타인 소년과 소녀를 향하여 M-16의 방아쇠를 당겨 댄다. 단지 2,000년 전에 자신들이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역시나 2,000년 동안 평화롭게 살아 온 팔레스타인인들을 내쫓고서 사막이었던 불모의 땅을 젖과 꿀이 흐르는 낙원으로 바뀌었다고 선언하는 그들에게서, 자신들만이 신에 의해 선택된 민족이라는 지독하게도 야만적이고 원시적인 시오니즘에서, 어떤 원초적인 공포감과 증오심마저 느껴진다. 나찌에 의한 유대인 학살을 그렇게 지독히 물고 늘어지면서, 이스라엘 민족이 그 역사 속에서 배운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하는 의문마저 밀려온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러한 인정 속의 다양성이라는 가치는 그리도 어려운 것일까? 오늘은 F-16을 동원해 팔레스타인을 폭격했다는 소식이다. 진짜 미친 새끼들이다. 미친 새끼들....


2001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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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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