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자살예방 교육을 받았는데 교육 후 소감을 쓰라고 하더라구."
"그래서 뭐라고 썼는데?"
"이런 교육 받고 애들이 자살 안 하면 아무도 자살 안 하겠네요. 이렇게 썼지."
"ㅋㅋㅋ 교육이 도대체 어땠길래?"
"누구 강연 동영상을 틀어주는 거였어. 근데, 결론적으로 우울증을 앓고 힘들게 살던 사람이 이제 이렇게 성공했어요 뭐 이런 내용이야. 애들이 다 이게 뭐냐고 투덜거렸어."
"그랬구나. 그래도 뭐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하지 않으셨을까?"
"모르겠어. 제일 오글거렸던 게 '당신 안에 상처 받고 울고 있는 작은 아이를 사랑하고 잘 보살펴 주세요.' 뭐 이런 말이었지."
"내가 들어도 좀 오글거린다. ㅋㅋ"
"어른들이나 선생님들이나 애들을 잘 모르는 것 같아."
"왜?"
"내가 봤을 때 가장 위험한 애들이 학교나 집에서 말 잘 듣고 시키는 대로 학원 다니며 조용히 지내는 애들이야."
"왜?"
"걔들 이야기해 보면 우울증 장난 아냐. 그냥 겉으로만 말 잘 듣고 사회에 잘 적응하는 것처럼 보이지 언제든지 가출하고 뛰어내리고 싶다는 애들 투성이야."
"... 그렇구나."
작년 가을에만 이 동네 학원가에서 2명의 중학생이 투신했다. 어떤 보도지침 같은 게 있는지 이런 소식이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애들은 모두 이런 소식을 빛의 속도로 잘 알고 있다. 작년 가을 애 학교에 애들의 심리상태 안정을 위해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요청하기도 했다. 같은 학교 학생이 아니었지만 동질감을 느끼는 분위기가 밟혀서 그랬다. 이게 남의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는 절박함 같은 것도 있었고. 애들의 상처와 좌절은 깊어가는데 어른들의 대응은 더디고 맥을 못 짚기만 한다.
2023년 4월 4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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