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는데 애가 다급하게 전화를 했다. 자기 노트북이 이상하다고. 윈도도 리눅스도 다 이상하다고. 화면이 까맣고 아무 명령도 안 듣는다며 울려고 한다. 거기 자기 일기, 그림, 시, 작곡한 곡들 다 있는데 그거 날리면 안 된다고 어쩌면 좋냐고 하소연한다. 아빠가 빨리 돌아가서 고쳐주겠다고 애를 다독이고서는 집으로 방향을 고쳐잡았다. 마파람을 안고 열심히 달려 집에 오자마자 애 노트북을 살펴봤다. 확실히 뭔가 이상했다. 부팅이 잘 되다 갑자기 화면이 칠흑으로 변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화면밝기 조절 펑션키를 계속 눌렀더니 화면이 밝아지며 정상으로 돌아온다. 어쩐 일인지 화면밝기가 완전 어둡게 설정되어 있었던 것. 옆에서 보던 애가 어이없다는 듯 막 웃는다. 어쩜 이럴 수가 있냐고. 이게 바로 경륜의 차이다 이놈아 외쳐줬다. 아, 그나저나 오늘 애 때문에 멀리 못 갔네.
2023년 4월 24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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