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눈썰미 좋은 사람은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이번 FOSS4G-Asia 대회를 환경친화적으로 치르려 조직위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인쇄물, 비닐, 플라스틱 사용을 지양했고, 폐기물 발생을 줄이려 전시 기관 안내판과 포스터 게시판도 재활용이 가능한 골판지를 이용했다. 국제대회였지만 프로그램북도 찍지 않았고 프로그램과 관련 내용은 모두 웹에 게시했다. 영수증, 등록확인증도 전자문서로 제공했다. 행사 기간 중 음료 음용을 위해 재사용 가능한 텀블러를 기념품으로 선택하기도 했다. 


2. 대회 기간 중 묵었던 호텔에는 1회용 세면용품이 나왔다. 치약, 칫솔, 비누 등. 예전에는 비누를 제외하고는 모두 돈 주고 사야 했던 기억인데 말이다. 묵었던 4박 5일 동안 비누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출장 가면 내가 쓸 세면용품은 항상 챙겨 다닌다.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치약, 칫솔이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을까 생각해 보면 답은 간단히 나온다. 내가 쓸 세면용품 가져가는 게 환경에도 좋고 호텔의 추가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서비스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날마다 목욕수건을 바꾸지 않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3. 몇 년 전 어떤 국제학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학회 주요 주제가 SDG, 기후변화, 탄소배출 등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학회 명찰은 비닐로 덮여 있었고, 점심은 플라스틱 수저가 담긴 1회용 도시락이었으며, 음료와 커피는 종이컵에 제공되고 있었다. 학회장에서는 기후변화와 탄소배출을 걱정하는 연구자들의 발표와 열띤 토론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그 밖의 풍경은 참으로 대조적이어서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4. UAE에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열리고 있다. 어떤 석유기업 사장은 첨단 탄소포집 기술을 개발해 탄소배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AI가 기후변화에 대처할 새로운 기술적 돌파구로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고도 한다. 반면, 그린피스를 비롯한 많은 환경단체는 대회장 접근 자체도 허용되지 않은 채 사실상 봉쇄에 가까운 상황에 처해 있는 모양이다. 그린피스는 이번 대회를 석유 카르텔의 또 다른 음모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기도 하다. 


5. 첨부한 그래프처럼 인류가 하키스틱으로 호되게 맞을 날이 다가오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아, 아니다. 이미 맞기 시작했는데 애써 모르는 척할 뿐. 말의 성찬이 아니라 절박한 실천이 필요한 이유다.

 

 

<Source: https://en.wikipedia.org/wiki/Hockey_stick_graph_(global_temperature)>

 

2023년 12월 7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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