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영국을 뜨겁게 달궜던 논쟁 중의 하나가 바로 학생 결석과 이에 따른 학부모 처벌에 관한 것이었다.
영국 같은 경우 학생이 무단 결석을 제법 하면 학교에서는 바로 교육당국에 통보해야 하고, 교육당국에서는 학부모에게 벌금을 부과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학부모가 28일 이내에 벌금을 내지 않으면 사법당국의 기소절차가 시작된다. 무단 결석을 방조한 학부모는 재판에서 가끔 징역형을 받기도 하고 심한 경우에는 양육권 자체를 박탈당하기도 한다. 즉, 사회적으로 무단 결석을 매우 심각한 문제로 여기고 있다. 여기서 무단 결석이란, 학교에 통보 없이 결석을 한 경우와 학교에 통보했지만 학교에서 인정하지 않은 경우를 모두 포함한다.
학기 중에 가족여행 가느라 결석하겠다고 통보해도 대부분 무단 결석으로 처리된다. 이렇게 무단 결석으로 벌금을 때려맞은 학부모가 2014~2015학년도 1년 동안에만 영국 전역에서 8만6천 명이 넘어 학부모들의 원성이 아주 자자했다. 벌금 낸 상당수가 학기 중에 가족여행 간 경우였다. 아이들 방학 때 가족 여행을 가면 학기 중에 가는 것 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지출해야 한다. 이에 많은 학부모들이 돈을 아끼려 방학 전후에 가족여행을 갈 수 밖에 없었는데, 교육 당국이 이런 학부모들의 처지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한 학부모가 소송을 걸며 전 사회적인 계급논쟁으로까지 번지기도 했다. 즉, 학기 중 가족여행까지 처벌한다면 도대체 가난한 가정은 언제 가족여행을 가느냐는 노조의 반박과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렇지 않아도 무너진 영국 공교육은 폭망하고 말 것이라는 교육부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결국 합리적인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는 선에서 논쟁은 사그러들었지만, 아동/청소년이 교육받을 권리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이번 부천 초등학생 시신 훼손 사건을 보며, 학생이 4년 동안이나 장기 결석했는데 이제서야 경찰에 조사 의뢰했다는 점이 가장 안타깝다.
2016년 1월 16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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