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딸에게 영어 발음을 배웠다.
앞으로 어린이집 데려갈 때와 집으로 돌아올 때 아빠한테 발음 가르쳐주면 하루에 용돈을 얼마씩 주기로 했다. 사실 용돈 주려는 의도다.
배우면 얼마나 배우겠는가? 아빠가 발음 틀릴 때마다 도대체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이쿠하는 딸래미 표정 보는 것도 재밌고, 맨날 가르침만 받던 아이가 아빠 가르치며 뿌듯해 하는 것도 기특하다.
듣지 못 하면 말 못 하는 게 순리라 이제 나이 들어 귀로 나눠 듣지 못 하는 말을 혀로 구별해 말 할 수는 없다. 딸이랑 이야기해보면 나는 l, y, m, w 같은 발음이 참으로 힘겹다. 내가 year를 발음하면 ear냐고 타박하고, hotel을 발음하면 발음의 마지막에 왜 r이 나오냐고 지적한다. walk를 발음하면 oak 발음이라고 한다.
돌아보면 2년 조금 전 쯤에 영어 전혀 못하는 딸아이 앉혀 놓고 발음과 영어를 하나하나 따로 가르쳐 주셨던 Hope 선생님 덕이 크다. Hope 선생님은 reception class(우리로 치자면 병설유치원) 선생님이셨는데 수업 시간에 영어 못 하는 딸아이만을 위해 1:1 수업을 하셨다. 책 읽어 주고 발음 교정해 주면서 말이다. 딸아이랑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이제는 은퇴한 Hope 선생님을 칭찬하고 있었더니 Hope 선생님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한다. 호랑이 선생님으로 유명한 Year2 담임 선생님 Evans도 중국에서 온 Sera와 Daniel을 따로 앉혀 놓고 영어를 가르쳤다고 한다. 이 둘을 가르칠 때는 다른 애들 대할 때와 달리 참 상냥했다고. 나는 Hope나 Evans 선생님이 어떤 특별한 소명 의식이 있어 이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영국 직업 의식의 결과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다 떠나서 이제 딸아이의 즐거운 한국 초등학교 생활을 지켜볼 때가 다가오고 있다.
2016년 2월 9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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