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기둥' 다 읽었다.

한 1,800페이지 되는 소설인데 다 읽고 나니 뿌듯하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하다. 등장인물이나 중세 시대상을 생생하게 묘사해내는 작가의 능력에 감탄하면서도 이야기의 부침이 조금은 작위적인 것 같아 아쉽기도 했다.

엉뚱하게도 소설을 읽으며 난 참 복 받은 사람이구나 여러 번 생각했다. 소설에 등장한 어지간한 유럽 도시를 대부분 다녀왔기 때문이다. 도시 구조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큰 어려움 없이 이해했던 것도 이런 덕분이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도시들이 자연스레 머릿속에 그려진다. 높다란 언덕에 자리 잡은 링컨 성당과 링컨 성이 광장 하나를 두고 대립하는 대목이라든가 똘레도의 이슬람식 건축에 관한 묘사 같은 거 말이다.

도시를 방문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성당을 방문했던 경험도 소설을 빠르게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사진이나 도판을 펼쳐놓고 이해하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이 소설은 중세 잉글랜드의 대성당 건축을 그 중심 소재로 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3년 전 잉글랜드 피터버로 대성당을 방문했을 때 찍은 것이다. 저자인 켄 폴릿은 이 피터버로 대성당을 우연히 방문한 뒤 영감을 받아 '대지의 기둥'을 쓰기 시작했다. 켄 폴릿이 피터버로 대성당 동쪽 끄트머리에 자리잡고 있는 이 거대 기둥들을 보며 책 제목을 떠올린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웅장한 기둥들을 보며 땅과 하늘을 잇는 거대한 '대지의 기둥'이자 '생명의 나무'를 나 또한 상상했으니까...

<피터버로 대성당>


대지의 기둥
켄 폴릿 (지은이), 한기찬 (옮긴이)  
문학동네 

2018년 8월 1일
신상희

2015/09/06 - 잉글랜드 피터버로(Peterborough) - 역사 유적과 쇼핑의 도시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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