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애 학교에서 하는 '우리 아이 자존감 높이기' 학부모 특강에 다녀왔다. 분명 학부모 연수인데 학부는 나밖에 없고 모두 학모였다.

2. 2인 1조가 되어서 왜 남편이랑 결혼했는가 애가 이런 말썽을 피웠을 때 어떤 말을 할 것인가 같은 조별 활동도 했는데 나는 함께하는 학모가 없어서 1인 2역을 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기는 개뿔 그냥 핸드폰 화면만 봤다.

3. 특강은 '자존감 높이기' 부류의 책들에서 자주 보이는 엑기스를 뽑아 2시간 분량의 파워포인트로 정리한 것이었다. 책에 없던 어떤 특별한 내용이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런 특강을 자주 들어야 하는 이유는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기회가 될 때마다 자극을 한 번씩 해줘야 며칠만이라도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

4. 특강 중간중간에 최근 유행했던 드라마 - 그러니까 스카이캐슬이니 미생 같은 - 의 클립을 넣어서 참가자들의 호응을 유도하던데 드라마를 봤어야 뭔 호응을 할 게 아닌가?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대사를 슬라이드에 넣어줬다는 점이었다. 내 뜻대로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하늘이 애를 보냈다든가 뭐라든가 하는 대사가 있던데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됐다. 학모들은 막 공감하던데.

5.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준다는 건 부모가 아닌 애의 취향과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라는 '프랑스식 육아'의 가르침에 공감했다. EBS의 어떤 클립을 보여줬는데, 예쁘장한 프랑스 애가 아침에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모두 스스로 했다. 머리를 길게 땋는 것만 빼고. 엄마가 긴 머리를 예쁘게 땋아주는데 알고 보니 여자애가 아니라 남자애였다. 엄마는 애의 취향을 존중해서 마치 여자애처럼 길게 머리를 땋아줬던 것이다.

6. 강사도 아이의 취향과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도 동성애에 대해서만은 정반대의 이야기를 해 황당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했다. 특강 중에 동성애와 관련한 언급을 두 번 했는데 모두 부정적인 내용이었다. 그렇게 키우다간 나중에 아들이 아들을 며느리로 데려올 수 있다든가 아니면 레즈비언에 유혹당해 레즈비언이 된 여대생이 있다든가 하면서 동성애자를 마치 잘못된 교육의 결과물처럼 언급했다. 한국에서 '다름'과 '소수'는 그냥 어김없이 '틀림'이다. 하기야 공당의 대변인이 LGBT에 대한 혐오 발언을 서슴없이 쏟아대는 나라이니.

7. 그래도 희망을 본 특강이었다. 강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때 공부머리하고 중고등학교 때 공부머리가 달라서 초등학교 때 공부 잘한다고 중고등학교 때도 잘하는 건 아니라고 한다. 그래, 딸아. 우리는 한참 더 놀아도 된다. ㅎ

2019년 5월 23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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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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