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바빠서 딸과 저녁 산책을 못 했다. 날이 풀리며 요즘 다시 산책을 시작했다. 산책 가자고 하면 귀찮아하다가도 막상 나가면 딸은 이런저런 얘기를 쏟아놓으며 내 손을 꼭 잡고 함께 걷는다. 하루에 4시간 이상씩 게임을 한다는 짝꿍 이야기며 요즘 유행한다는 유튜브 유머며 어쩌다 엄마와 연애를 시작했는지 하는 궁금증이며 새로 온 영어 선생님과 스페인어로 대화를 했다는 자랑이며. 지난 2년 동안 고생했던 배앓이가 거의 다 나은 탓인지 애는 이제 명랑하고 발랄하다. 병원을 바꾼 덕분인지 아니면 애가 커서 저절로 나았는지는 모르겠다. 햄스터 키우기와 마인크래프트에 푹 빠져 있는 이 소녀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기를 나는 그저 바랄 뿐이다. 그리고, 내 딸뿐 아니라 내 뒷세대들에게 그런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 게 내 의무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한다. 청년세대에게 기회와 꿈을 주지 못하는 기성세대라는 게 얼마나 쓸모없는 존재인가 말이다. 가진 힘은 없으니 내 주변만이라도 작지만, 행복한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따름이다.
2019년 3월 13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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