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영하의 이탈리아 시칠리아 여행기다. 10여년 전 출판했다가 절판된 책을 고치고 다듬어 다시 내놓은 책이다. 아마도 [여행의 이유]가 인기를 끌자 재출간한 게 아닌가 싶다. 이 책 속의 여행 시기가 2008년이니 제법 시간이 지난 여행기이기는 하다. 

 

개인적으로 브린디쉬, 레체, 오스투니 같은 남부 이탈리아 도시를 2번 가량 다녀왔다. 남부 이탈리아는 확실히 밀란, 꼬모, 베르가모 같은 북부 도시와는 그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거리 풍경도 사람들의 생김새도 삶의 태도도 달랐다. 주중 대낮에도 길거리에는 일없어 보이는 멀쩡한 사람들이 많았고 도로와 시설은 잘 정비되지 않은 채 방치된 느낌이 강했다. 고백컨데 이 책을 읽기 전 시칠리아는 이런 남부 이탈리아 이미지에 마피아와 범죄가 덧붙여진 더 위험하고 더 무질서한 곳이었다. 이 책을 읽고서야 시칠리아가 유럽과 아프리카, 그리고 그리스 문명이 교차하며 큰 번영을 이뤘으며 지금도 그리스식 연극이 교육되고 연행되는 몇 안 되는 곳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아그리젠토에는 로마나 아테네 못지 않은 규모의 신전과 유적이 가득하다. 아직도 위용을 자랑하는 콘코르디아 신전은 그 대표격이기도 하다. 김영하는 아그리젠토나 에리체처럼 유명 도시만이 아니라 리파리나 노토처럼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숨은 진주 같은 도시도 이 여행기에서 소개하고 있다. 

 

책은 시칠리아의 목적지를 찾아가며 겪은 험난한 여정과 고생, 그리고 목적지의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은 여행이 주는 삶의 변화에 관한 것으로 읽힌다. 시칠리아를 떠나는 페리 뱃머리에서 김영하의 아내는 말한다. '난 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 이 여행 이후 김영하는 북미로 부산으로 다시 서울로 어쩌면 노마드처럼 여기저기 삶의 터전을 옮기며 살고 있다. 

 

2021년 10월 10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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