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1992년 총선 때 당시 민중당 후보였던 이재오 씨의 선거운동원이었어요. 동아리 친구들이랑 후배들이랑 같이 낮에는 불광동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기호4번 이재오" 막 이런 구호 외치며 이재오 씨 찍어달라고 호소하고 밤에는 또 무슨 정치토론하고 그랬지요. 그때 불광동 골목길에서 만났던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아직도 기억나네요. 근데, 이재오 씨 총선에서 떨어지더니 2년 뒤에 민자당 입당하더라구요. 

 

이번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어요. 이제서야 고백하는 건데 2018년 서울시장 선거 때 녹색당 신지예 씨를 찍었거든요. 그당시 제 페북을 보면 녹색당에 한 표 드리겠다고 쓴 글이 있을 거에요. 근데, 신지예 씨가 낙선하더니 국민의 힘으로 가더라구요. 

 

오늘 곰곰히 생각하다 이걸 하나의 사업모델화 하면 어떨까 싶더라구요. 낙선하고 제2의 정치 인생을 펼치고자 하시는 분은 제게 연락을 달라. 당신의 새로운 정치 인생을 운명적으로 열어드리겠다. 대신 이제 자발적으로 지지하지는 않고 돈은 좀 받아야겠다 하고. (천공)스승을 멀리서 찾지 말고 가까운 데서 찾으라면서. 

 

제가 찍으면 다들 당선이 잘 안 되는 트라우마가 있어서 저도 후보를 살피고 살핀 뒤에야 한 표를 행사하거든요. 심지어 우리 현대사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뤄졌던 1997년 대선 때도 저는 김대중 씨를 안 찍었어요. 제가 찍으면 이분 떨어진 뒤 한나라당 입당할까봐. 

 

그나저나 제가 초청 받아서 특강까지 한 대학이 일본동경대, 싱가폴국립대, 스리랑카 모라투와대, 태국 출라롱콘대 등 제법 많더라구요. 영국 케임브리지에서는 애 등하교도 시키고 빨래도 하고 킹스칼리지 앞 오픈마켓에서 장도 보고 트리니티칼리지 쪽에서 맨날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고. 요즘, 이 정도면 됐다 충분하다 이런 자신감이 부쩍 들어요. 나의 학력과 경력과 이력은 이제 차고 넘치겠다. 뭔가 기다리면 우주의 기운이 기회의 창을 활짝 열어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죠. 너무 각박하게 사시던데 누구나 다들 돋보이고 싶잖아요? 이재오 씨나 신지예 씨처럼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발상의 전환을 해 보세요. 모두들 고학력 고경력의 새로운 세상을 즐기실 수 있을 거에요.

 

2021년 12월 21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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