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노래는 장소와 얽혀 있다.
전라남도 구례를 기차로 가려면 구례구역에서 내려야 한다. 이름도 요상한 이 구례구역은 구례 입구라는 뜻으로 행정구역 상으로는 전라남도 순천에 있다. 구례구역에서 북쪽으로 섬진강 다리를 건너서야 구례 땅에 닿을 수 있다. 관광이나 등산을 위해 늦은 밤에 도착하는 관광객들은 볼 수 없지만 구례구역 근처 섬진강에서는 심심찮게 참게와 다슬기 잡이를 볼 수 있다. 맑고 푸른 물은 덤이다. 구례구역 바로 옆 수원식당의 참게탕 맛이 좋았는데 요즘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구례구역에서 다리를 넘어 구례에 오자마자 섬진강로를 만나게 된다. 섬진강 남측 17번 국도를 마주보며 곡성까지 이어져 있는 섬진강로는 자전거나 인라인 타기에 딱 좋은 길이다. 봄날, 개나리가 마지막 꽃잎을 감추고 벚꽃이 섬진강변에 흩날릴 때면 이 길은 자전거와 인라인을 타는 인파로 가득찬다.
20년 전 나도 그 인파 중 하나였다. 그때는 자전거가 아니라 주로 인라인을 탔다. 업타운과 타샤니를 거쳐 T라는 이름으로 'As time goes by' 솔로 앨범을 내놓은 윤미래의 음악을 들으며 이 길을 달렸다. 윤미래의 앨범 전체를 MP3로 변환하고 다시 CD로 구워서 들었다. 나름 맘 먹고 산 iRiver MP3 CD Player를 작은 크로스백에 넣고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인라인으로 섬진강변을 달렸다.
섬진강. 쏟아지는 햇살, 볼을 타고 넘어가는 봄 바람, 떠들썩한 아이들, 눈송이처럼 휘날리는 벚꽃잎. 윤미래와 함께 했던 잊지 못하는 섬진강의 기억이다.
새로 산 헤드폰 성능을 비교한답시고 이것저것 듣다 여기까지 왔다.
2021년 11월 30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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