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변을 둘러보니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10대 초반부터 40대 초반까지 우울증으로 고생했는데 이제는 많이 극복한 것 같다. 우울증을 이겨냈던 개인적 경험과 방법을 여기 공유해 본다.
2. 우선, 내가 세상을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보든 세상은 그냥 그렇게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세상이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 뇌와 관점이 문제다. 내가 어떤 마음을 먹는가에 따라 세상은 전혀 다르게 보이게 된다. 마치 우리 눈앞에 분홍색 필터를 끼우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지만, 회색 필터를 끼우면 우울한 세상이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3. 그럼 어떻게 우리 뇌에다가 밝고 희망찬 필터를 끼울 수가 있을까? 뇌를 속이면 된다. 우리 생각과 의식은 뇌의 생리화학적 작용의 결과다. 뇌의 생리화학적 작용을 이해하고 여기에 맞춤형 대응책을 실행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혹자는 뇌를 해킹하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떻게 뇌를 해킹할 것인가?
4. 우선은 운동이다. 가장 효능감을 느낀 대응법이다. 인간의 뇌는 진화적 관점에서 볼 때, 1만년에서 7만년 전 상태 그대로다. 즉,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며 살았던 과거의 뇌가 현대를 살아가고 있다. 몸이 끊임 없이 움직이며 뇌를 자극해서 활발하게 살아가도록 진화되어 있는 상태란 의미다. 문제는 운동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대를 살아간다는 점. 그래서 과거에는 우울증이 없다가 현대에 우울증이 많이 발생한다. 땀을 흘릴 수준으로 최소한 하루에 30분 또는 1시간 가량 꾸준히 운동을 하면 정말 우울증에 많은 도움이 된다. 내가 바쁘고 피곤하지만 밤에라도 꼭 자전거를 타려는 이유다. 운동을 하면 페닐틸라민이나 엔도르핀 같은 물질이 뇌에 분비되며 스트레스 지수를 낮추고 기분을 좋게 한다. 운동은 뇌를 활성화하고 우울증을 완화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좋은 방법이다. 과학적으로도 이미 증명되어 있다.
5. 다음으로는 마음에 도움이 되는 책을 하루에 한 구절이라도 읽는 것이다. 마음공부라고도 부른다. 성경책도 좋고 부처님 말씀도 좋고 아니면 유명인들의 격언들을 모아놓은 것을 읽어도 좋다. 오래 읽지 않아도 된다. 아침에 화장실에서 볼일 보면서 짧게 읽어도 좋다. 뇌는 바보여서, 가장 최근의 정보를 중요하게 여기며 처리하려고 한다. 아침에 삶에 관한 좋은 글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하면 뇌는 우리도 모르게 그 좋은 글을 가장 중요한 정보로 간주하며 그에 맞춰 의식 구조를 바꿔 간다. 많은 이들이 종교를 갖고 주기적으로 성경이나 불경, 혹은 꾸란을 읽으며 마음의 평안을 찾는 것도 같은 이유다. 뇌는 현재 많이 생각하는 것, 그리고 가장 최신의 정보가 제일 중요하기에 이렇게 좋은 글을 주기적으로 읽어주면 자연스럽게 그런 방향으로 삶의 태도와 자세를 만들어 간다.
6. 세 번째로는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이다. 잠을 충분히 못 자면 뇌 속에 쌓인 스트레스 물질이 처리되지 않아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공격성이 증가한다. 우리 모두는 숙면을 취했을 때 몸과 맘이 얼마나 편한지 이미 잘 알고 있다. 생활리듬이 무너졌을 경우 빨리 침대에 들어 억지로라도 잠에 드는 습관을 하나 만들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는 블랙홀이나 양자역학 같은 어려운 주제의 유투브를 틀어놓고 거기에 귀를 집중하고 있으면 금방 잠이 든다. 뇌가 학습이 된 거다. 아, 이 사람이 블랙홀이나 양자역학 혹은 우주에 관해 유투브를 틀면 자겠다는 뜻이구나를. 밥을 먹을 때 꼭꼭 씹어먹는 습관을 들이면 이 또한 뇌를 자극하며 기분을 좋게 만든다. 밥 먹는 게 귀찮다고 시간 없다고 대충 먹는 것보다는 이렇게 느리게 내 입속의 음식을 음미하며 즐기면 은근히 마음건강에 도움이 된다. 아, 살아있구나 이런 느낌이 들 때가 많다.
7. 너무 힘들고 귀찮을 때는 잠시 다른 일에 집중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런저런 일로 마음이 울적하고 허전한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면 오히려 회사 일에 집중하며 뇌 속에 부정적인 생각이 안 떠오르도록 노력한다. 슬플겨를도 없이 바쁘게 살았다는 옛말이 거짓말이 아닌 거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뇌는 중요한 일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많이 생각하는 일을 중요하게 여긴다. 때로는 과감하게 다른 일에 집중해서 뇌가 딴 생각할 여지를 차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8. 마지막으로 항상 감사하며 살면 삶에 도움이 된다. 가족에게 감사하고 동료에게 감사하고 커뮤니티에 감사하고. 내가 먼저 '고마워요'라고 말을 하면 더 기분이 좋아진다. 실제로 뇌과학에서도 감사하다고 말할 때 뇌 속에 엔도르핀이 분비되며 기분을 좋게한다고 한다.
이외에도 음악 듣기, 글쓰기, 여행하기, 소셜미디어 안 하기 등이 우울증 완화에 도움을 줬던 것 같다.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내는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4년 4월 23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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