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으로 치유되는 기적을 오늘도 경험했습니다. 7년 전 12월 초였지요. 택시에서 내리다 왼쪽 무릎을 차 문에 찧어 다리를 다쳤습니다. 처음에는 괜찮으려니 했지만 계속 통증이 오며 다리를 절며 다녔습니다. 문제는 1주일 뒤 스리랑카 시기리야를 오르는 투어 프로그램을 예약해 뒀다는 점이었지요. 정형외과에서 엑스레이 찍고 초음파 검사하고 약 먹으면서도 과연 내가 시기리야를 오를 수 있을까 걱정되기만 했습니다. 열심히 치료해 많이 좋아졌지만 다리를 굽혔다 펴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면 여전히 통증이 왔습니다. 스리랑카 시기리야에 도착해 첫 계단을 오르니 아니나 다를까 바로 통증이 찌릿하게 무릎에 전해져 오더군요. 이 1,200계단을 어찌 오르나 걱정하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한 발 한 발 내디뎠습니다. 처음에는 다리가 아파 자꾸 신경 쓰였지만 조금 더 오르니 이제 쏟아져내리는 땀과 두 허벅지의 팽팽함과 거친 숨이 더 힘들더군요. 그러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제 왼발이 더 이상 아프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죠.
오늘 제 인생 처음으로 10km를 달렸습니다. 지난주 수요일 이후 닷새 만에 달리는 탓인지 뛰자마자 왼쪽 무릎에 통증이 전해져 옵니다. 제 무릎이 원래 좋지 않아 달리기나 등산을 자제했는데 최근 많이 뛰어 드디어 무리가 왔나 싶더군요. 달리다 너무 힘들면 언제든지 그 자리에 멈추고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자는 마음으로 달렸습니다. 초반 2km까지 계속 전해져 오던 통증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이번에도 거친 숨과 허벅지와 종아리와 정강이 근육의 팽팽함만이 저를 괴롭히더군요. 3km만 달리다 돌아가자, 4km만 찍고 돌아가자, 그러다가 에라 모르겠다 그냥 10km 뛰자고 마음 먹고 뛰었습니다. 7km 넘어서는 그냥 정신력과의 싸움이더군요. 그만 두고 싶은데 지금까지 뛴 거리가 너무 아까워서 3km만 더 뛰자는 마음으로 달렸습니다. 그렇게 땀을 비 오듯 쏟아내고 집에 와 샤워하며 생각해 보니 아프던 무릎이 거짓말 같이 나았습니다. 간절하게 원하면 온 우주가 나서서 치유해 줍니다.
2025년 12월 15일
신상희
'낙서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삶의 의외성과 우연, 그리고 인연(因緣) (1) | 2025.12.21 |
|---|---|
| 흥미롭고 유익한 구절과 정보 (46) | 2025.12.13 |
| 2025년 12월 8일 달리기 기록 (0) | 2025.12.08 |
| '우르르'에서 '혼자'로, 여행이 보여주는 시대 변화 (0) | 2025.11.27 |
| 숙면, 운동, 행복, 그리고 성취 (0) | 2025.11.26 |
| 대학 시험 평가의 추억 (0) | 2025.11.13 |
| 망한 왕조의 무덤인 피라미드 옆에 고층 아파트를 세워 카이로의 주택난을 해소하자! (0) | 2025.11.09 |
| 삶의 위안에 관하여... (0) | 2025.10.16 |
| 김민아의 내 사랑 내 곁에 (0) | 2025.10.14 |
| 증오와 배제가 아니라 사랑과 연대가 필요한 이유. (0) | 2025.09.1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