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받은 두 선물.
하나는 동동주고 다른 하나는 약이다. 동동주는 입에 달지만 몸을 해하고, 약은 입에 쓰지만 몸을 살린다. 술은 짧고 빠르게 내 몸과 맘을 달뜨게 하지만 뒤끝이 좋지 않다. 약은 정해진 기간 장복해야 효능이 오며 몸을 안온하게 한다. 상반된 둘을 동시에 취할 수는 없다. 이번처럼 연말이라 술 많이 마셔 얻은 속병이라면 더욱 그렇다.
술 많이 마셔 왜 몸을 상하게 했냐고 약이 나서서 술을 탓하기는 어렵다.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면 약을 먹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술 마시지 못하게 되었다고 약을 뭐라고 하기도 그렇다. 약을 먹어 몸이 나아야 다시 술을 마시니까. 둘은 상보적 공생관계다. 한쪽을 없애버리고 나면 다른 한쪽의 존재 의미가 없어져 버린다. 술을 없애버리면 술 약이 세상에 나올 일이 없을 터이고, 약을 없애버리면 술만 마시다 몸이 망가져 진짜 술을 못 마시는 때가 올 터이니 말이다. 우리는 술과 약의 그 중간 어딘가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어제오늘 황당한 이야기를 하는 이들에게 치여 술이 당기는 밤인데 술은 마실 수 없으니 헛된 글로 갈증을 다스릴 따름이다. 어찌보면 그들과 나도 상보적 공생관계일지도 모를 일 아닌가.
2025년 12월 30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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