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밤에..

낙서장 2007. 10. 10. 01:26

1. 그제 술을 죽도록 퍼마시고 어제 회사도 못갔다. 결정적으로 가방도 읽어버렸다. 근데, 가방 속에 있던 책은 다 찾았다. 그래도 가방은 못찾았다. 거기에 친구 결혼식 찍은 필름이 있는데 말이다. 그래.. 나는 아직도 이렇게 산다..

2. 런던 은행간 리보 금리, 외평채 발행, 핫 머니, 콜 금리, 후순위채권 발행 IMF, 환율.... 지금껏 나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믿어왔던 많은 단어들이 내 삶을 규정하고 내 주위사람의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끼쳐대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언론에서 좋은 방향이라고 말하는 쪽으로 그놈의 단어들이 움직이기를 기대하는 것 뿐이다. 미끈한 차림의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언제나 그런 문제를 경제적으로 풀어야한다고 이야기하지만 나는 솔직히 전문가를 믿지 않는다. 전문가라는 말도 참 허울좋은 자신들만의 자화자찬이라는 느낌때문이다.

3. 누가 예술가일까? 예술가란 예술계에 종사하고 예술계의 전통적인 교육과 담론을 물려 받은 사람이란다. 그럼 예술 작품이란? 예술작품이란 예술가가 예술작품이라고 칭하는게 예술작품이다. 우습게 들릴지 모르는 이 두 명제는 현대 미학의 중요한 화두 중의 하나이다. 미국현대미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조지 딕키같은 이들이 이런 주장의 선두에 서있다. 그럼 전문가는? 언제부터인가 내 삶은 거대한 사회체제에 대해 아무런 발언도 할 수 없는 골방같이 좁은 영역으로만 협소하게 좁혀들어가고 있다. 세상의 거대한 문제들은 전문가라는 신비와 합리성이라는 신화에 묻혀 사라져가고 있을 뿐이다. 괌에서 대한항공기가 추락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는 왜 자동경보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는지, 자동항법유도장치가 정상이 아니었는지 그런 정말 내 삶과 너무나 거리가 먼 문제들을 소 닭 쳐다보듯이 바라만 봐야 하는 것 뿐이었다. 거대과학과 과학기술에 대한 민주적 통제뿐만 아니라 이제는 정말 게걸스럽게 모든 것을 삼켜먹고 있는 저 국제금융자본이라는 놈에게 무언가 재갈을 물려야하는게 아닌가 하는 비전문가적(!)인 생각이 든다. 도대체 그렇게 공부 많이한 경제학자들은 다 어디로 갔나? 계획이론이라는게 있다. 계획가들은 지금껏 자신들의 계획이 비합리적인 상황을 분석하고 좀 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하는 행위였다고 확신해왔지만 최근의 계획이론들은 이런 계획가들의 믿음이 단지 믿음이었을 뿐이라고 인정하기 시작했으며, 계획에서 보다 중요한 요소로서 주민의 참여를 든다. 맙소사, 아무것도 모르는 주민을 참여시키다니!! 하지만 주민들은 계획가와 다른 언어와 틀을 사용해 그들의 삶터를 바라보고 있을 뿐, 계획가들보다 더 정확하고도 분명하게 문제들을 직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이지만 주민참여는 이제 계획에서 완전한 대세다.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 독일을 비롯한 북유럽의 산림들이 산성비로 인해 한 번 완전히 아작이 난 적이 있었다. 아마 여러분들도 그 유명한 사진 자주 봤을 것이다. 나무들이 선채로 다 죽어있는 그 사진말이다. 그 후 임학자들이 왜 숲이 산성비를 이겨내지 못하고 그렇게 쉽게 괴사했을까를 연구해 왔는데, 최근의 결론은 숲을 이루는 종의 단순성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숲의 경제성과 생산성을 높인다는 목표아래 숲을 단종생산으로 몰았지만, 결국은 그렇게 작은 수준의 스트레스도 견디지 못하고 다 죽어버렸던 것이다. 생태계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기초는
'다양성'과 '자립성'과 '순환성'이다. 나는 이 원칙이 우리 사회와 문화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믿는다. 다양한 소수 문화를 삼켜가며 세계화와 국제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현재의 국제적인 자본주의화는 단순함의 극치로 보일 뿐이다. 혹자는 단순함이 아니라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자본주의가 들어간 곳 치고 소비중심주의 문화가 들어가지 않은 곳이 없다. 맥도날드는 어디를 가도 우리를 만날 수 있다. 단순함의 확산은 결국 자체계(system)의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의 상실을 의미한다. 희망의 상실인 것이다. 그래서 슬프다...

1998년 4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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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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