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같은 반 친구 할로윈 파티에 초대를 받았다. 사실 할로윈데이가 뭔지 잘 몰라 파티가 있는 애너벨 집에 딸아이만 데려다주고 돌아오려 했는데, 거기 있던 학부모들에게 붙잡혀 끝날 때까지 같이 놀다가 왔다. 애들은 애너벨 아버지가 준비한 놀이를 하거나 뒤뜰에서 놀고, 어른들은 각자 준비해 온 음료와 음식을 나눠 먹으며 수다로 10월의 마지막 밤을 보낸 것.
어제 인상적이었던 건 애들이랑 어른들이 모두 함께 동네를 싸돌아다니며 잭오랜턴Jack-o-lantern(할로윈데이의 상징 같은 불켜진 호박) 있는 집을 터는 행사였다. 문을 두드린 뒤 트릭오어트릿Trick-or-treat을 외치며 달콤한 사탕이나 초콜릿을 받아오는 거다.
애너벨 집 주변의 꽤 여러 곳을 이렇게 돌아다녔다. 산골에서 살았던 어린 시절, 동짓날인가 대보름날이었나 밤에 집집마다 돌며 음식을 얻으러 다녔던 기억이 떠오르며 묘한 기시감 같은 게 느껴졌다. 이색적인 옷차림 보다는 이런 방문을 통해 어떤 공동체성을 재확인하는 게 이 명절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영국, 최소한 잉글랜드에서는 원래 할로윈데이가 그리 큰 명절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러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젊은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우리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들이 기괴한 분장을 하고 거리를 활보하니 나름 볼 만하기는 했다. 무엇보다 딸아이가 이채롭고 즐거운 경험을 한 것 같아 기쁘기도 하다.
아, 그나저나 어젯밤에 술 너무 마신 듯. ㅠㅠ
2015년 11월 1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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