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임브리지 마지막 날.
딸아이 친구네 집에 뭘 가져다주고, 얼마 전 찍은 스쿨포토 신청하러 딸아이 학교로 갔다. 영국을 떠나니 사진을 직접 받을 수는 없지만 학교에 부탁하면 혹시 한국으로 보내줄까 하는 마음으로. 스쿨오피스에 가서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딸아이 사진 샘플과 함께 신청서를 준다. 곧 영국을 떠날 예정이라고 하니 사진값만 치르면 우편요금은 학교에서 부담해 한국까지 사진을 보내주겠다고 한다. 외국으로 떠나는 학생이 많아 학교 차원에서 그렇게 해 준다고 한다.
돌아나오는 길에 딸아이 급우인 벤의 엄마를 만났다. 벤은 자폐증이 있는 아이다. 딸아이가 벤과 잘 어울려 놀았기에 벤의 엄마도 우리 가족이 떠나는 걸 아쉬워한다. 우리 가족에게 행운을 빌며 한국에 가면 꼭 연락하라고 한다. 얼마 전 학부모 모임에서 만났던 벤의 아버지도 이메일을 주며 꼭 연락하라고 했었다. 벤의 아버지는 치과의사인데 벤을 위해 많은 걸 희생하고 있다.
걸어서 시내로 가다가 역시 딸아이 급우 세라 엄마를 만났다. 세라 엄마는 중국 흑룡강 대학의 미학 전공 교수다. 비지팅 스칼라로 와 있다. 얼마 전 여기 왔는데, 세라가 같은 동양 아이인 딸과 조금씩 친해지던 차였다. 자기 전공 애스세틱스를 성형이 아닌 미학으로 이해한 몇 안 되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워준다. 같이 시내로 걸어가며 별 시답지 않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케임브리지 중앙도서관에서 딸과 함께 책을 읽고 놀다가 오후 늦은 시간에 다시 학교로 왔다. 내가 가끔 한국 와 있는 동안 신세를 졌던 애프터스쿨클럽의 벤 선생님에게 작별 인사 하려고. 들어가서 작별 인사를 하니 벤 선생님이 목걸이를 하나 찾아 딸에게 걸어 준다. 애프터스쿨클럽에 있던 딸아이의 절친들, 토미와 노아도 마지막으로 딸아이와 작별 인사를 한다. 오늘 케임브리지 하늘에 무지개가 걸렸다.
2015년 11월 13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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