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집 건너 50번지에 사는 할머니와는 이상스레 동선이 겹친다. 딸아이 등하굣길에 주로 뵙는 분이다.
작은 키에 흰머리이신 이 분에게서는 항상 온화한 미소와 영국 할머니다운 격조와 친절이 느껴진다.
아침 산책길에는 언제나 베스라는 개를 데리고 다니신다. 10년 전 동물구호기관에서 발견해 입양한 뒤 지금껏 키우고 계시단다.
이 할머니는 산책 뒤 오전에는 each라는 집근처 어린이 구호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신다. 이제 나이가 들어 자기 할 일이 별로 없고 실수만 하신단다.
오늘 아침에는 별안간 앞으로도 계속 영국에 사느냐고 물으셨다. 다음 달에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말씀드렸더니 엽서 한 장 꼭 영국으로 보내라고 하신다. 말동무 하나 사라지는 게 아쉬운 모양이시다.
2015년 10월 20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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