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타임스토리 시간에 딸아이는 내게 자기가 좋아하는 영어동화를 읽어 준 뒤 내게는 그냥 내 옛날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다. 나는 내 초등학교 1학년 때 이야기를 해 준다. 한 반 일곱 명이 한 학년의 전부였던 한 시골 학교 분교 이야기다. 딸아이가 일곱 명의 이름을 알려달라고 해 침대에서 그 모두의 이름을 불러본다. 몇년 전 봤던 친구부터 이제는 안 본 지 40년 가까이 된 친구까지, 그래도 이름이 모두 기억난다. 신기한 건 이름을 부를 때마다 그 이름과 연결된 장면들이 하나하나 떠오른다는 사실이다. 삼숙이는 언제나 점심 굶은 애로 떠오른다. 우리집에 가서 같이 점심 먹자고 했지만 극구 거절하곤 했다. 전교생 일곱 명 중 나 다음으로 공부를 잘 했는데 1학년 마치기 전 도시로 이사를 나갔고 이제는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알지 못한다. 어디선가 잘 살기를 바랄 뿐...


2016년 3월 17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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