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딸애랑 쿼리도 게임을 하는데 두 판을 내리 먼저 졌다. 예전에는 맨날 나만 이겨서 일부러 져주기도 했는데 오늘은 진짜 제대로 뒀는데도 두 판이나 내리 졌다. 세 번째 판에서는 내가 이겼지만 뭔가 골든크로스 같은 게 다가온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왜 갑자기 실력이 늘었냐고 물어보니 온라인 쿼리도 게임을 열심히 하다 보니 실력이 는 것 같다는 쿨한 대답이 돌아온다.


2. 딸애는 올해부터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다시 하게 되었다. 하루에 1시간 이상씩 꼬박꼬박 마인크래프트를 하는데 옆에서 살펴보면 그냥 게임만 하는 건 아니다. 인터넷에서 찾은 유명 맵을 직접 설치하기도 하고 여러 패치를 직접 수행하고 있기도 하다. 얼마 전에는 한 1주일간 궁싯거리며 포켓몬이 되는 마인크래프트 패치를 설치하기도 했다. 갑자기 아빠에게 jar 파일을 설치해 달라고 해서 살펴보니 포켓몬이 나오도록 마인크래프트를 패치 중이었다. jar 파일을 설치해 주니 그 뒤에는 유투브를 참고하며 모든 걸 직접 설정했던 모양이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는 아빠를 보자마자 세상을 다 얻은 환한 표정으로 포켓몬이 되는 마인크래프트를 소개하던 그 딸애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게임에 너무 빠지는 건 아닌가 걱정되면서도 스스로 문제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그 모습이 대견해 그냥 두고 보고 있다.


3. 아까는 아빠에게 무슨 동영상을 하나 찍게 하더니 그걸 받아 핸드폰의 앱을 이용해 편집한다. 영화처럼 제목과 도입부를 만들고 특수효과를 주고 캡션을 입히고 그런다. 동영상 편집이라면 일단 컴퓨터부터 켤 생각을 하는 나와 달리 딸애는 어디에 손쉬운 해결책이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4. 현재 인류는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와 디지털 이민자(Immigrants)가 바로 그 두 부류다. 초중고를 한국에서 마치고 대학 때부터 미국에서 살아도 발음이 네이티브를 따라가기 어려운 것처럼 디지털 이민자들은 디지털 네이티브들의 사고와 행태를 이해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디지털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시각으로 디지털 네이티브들의 사고와 행동을 훈육하고 그들의 미래를 정하려 한다는 점이다.


2018년 2월 12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