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좀 테스트하느라 VirtualBox 위에 macOS 깔아봤다. 잘 돈다. 여기 있는 Siri는 자기가 맥 위에서 돌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데카르트는 모든 걸 의심한 끝에 그럼에도 생각을 하는 나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결론지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명제는 이런 사고의 결과물이다. 다만, 생각이 존재하는 것은 맞지만 그 생각하는 나와 존재하는 내가 같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앨런 튜링은 임의의 기계를 입력 받아 그 기계가 할 일을 그대로 해주는 보편 기계를 제안한 바 있고, 동시대의 괴델은 꿈 속에서 이게 꿈임을 깨달을 길이 없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쉽게 말해 지금 마시는 맥주가 진짜인지 아니면 그저 뇌 속의 전기적 자극인지 구별할 길이 없다.

 

우주가 빛보다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우주 공간에 영을 분모로 하는 특이점인 블랙홀이 존재해 모든 빛과 물질을 빨아들이고 빅뱅 이후 그 찰나의 순간에 발생한 양자요동이 이 모든 우주를 만들었고 우주의 단 5%만이 우리가 아는 일반 물질이고 나머지 95%는 실체도 모르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라니 내가 사는 이곳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휴 에버렛이나 맥스 테크마크의 양자적, 수학적 다중우주론보다는 차라리 닉 보스트롬의 시뮬레이션 우주론에 한 표 던지고 진도흥타령이나 부르는 편이 낫겠다 싶다. "꿈 깨 보니 또 꿈이요 깨인 꿈도 또 꿈이다. 꿈에 나서 꿈에 살고 꿈에 죽어가는 인생" 말이다.

 

2021년 8월 20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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