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빠랑 구례 화엄사 같이 안 갈래? 화엄사 참 아름다운데."
"누가 보면 우리집 불교신자인 줄 알겠네."
"예전에 영국 살 때는 성당 많이 구경다녔잖아. 그런 거지."
"그치. 근데, 내가 솔직히 절을 싫어하거나 하는 건 아닌데 그래도 절은 다 똑같은 느낌이야."
"어떻게? 다 다른데."
"일단 절에 도착하면 무섭게 생긴 네 명의 거인이 도깨비들을 밟고 있지. 내가 봤을 때 도깨비들 보다 그 네 거인이 더 무서워. 한 거인은 항상 기타 치고 있고."
"ㅋㅋ 사천왕문 말이구나."
"더 들어 가면 경복궁에서 본 것 같은 옛날 건물들이 4각형으로 모여 있고 아빠가 거기를 돌며 나한테 '와, 너무 아름다지 않냐? 너무 아름답지 않냐?' 하지."
"ㅋㅋ 그치."
"그리고 탑이 있지. 아, 하나 더. 절은 맨날 어정쩡한 산 속에 있지."
"어린이 눈으로 본 절의 구조네. ㅎ 그래서 내일 안 갈꺼야?"
"내일 새벽 5시에 Minecraft Championship 봐야 해서 못 갈 것 같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생중계 봐야 하거든. 난 자러 갈께."
"어, 잘 자."
2021년 12월 11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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