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rce: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5/0003266710?sid=104>
영화 ‘미션 임파서블7’ 제작팀이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에서 헬기 촬영을 추진했다가 야생동물 교란을 우려한 당국의 반대에 부딪혀 계획을 포기했군요. 스발바르 제도는 노르웨이 본토와 북극 사이에 있는 외딴 섬들인데요. 국제법상으로 노르웨이 영토지만 그 지위가 좀 독특합니다.
스발바르는 과거부터 포경이나 어업, 광업 전진기지였는데, 어떤 특정 국가의 영토로 정리되지 않은 채 20세기 초까지 지내왔지요. 이런저런 갈등이 계속 불거지자 1920년에 관련국이 모여 스발바르 협정을 맺게 됩니다. 협정의 핵심 내용은, 스발바르 제도의 노르웨이 주권을 인정하되, 협정 당사국 시민이나 기업에게 스발바르 제도에서의 자유로운 거주와 상업적 활동을 보장하며, 스발바르 제도를 비무장지대로 유지한다 등입니다. 비무장 경제자유구역쯤 되겠네요. 그래서 노르웨이 땅이지만 노르웨이에서 스발바르 제도로 들어갈 때 출국심사 받아야 하고, 스발바르에서 노르웨이로 들어오면 입국 심사 받습니다.
스발바르에서 가장 큰 도시는 인구 1,500명 정도 사는 롱이어비엔(Longyearbyen)입니다. 동토층에 보관하는 국제종자저장소가 있어 가끔 한국 미디어에도 보도되곤 하지요. 롱이어비엔에서는 죽는 게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죽는 게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게 아니라 시신 매장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화장 후 유골만 매장이 가능합니다. 영구 동토층이라 시신을 묻어도 썩지 않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1918년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한 스발바르 주민들의 시신이 아직까지도 썩지 않은 채 발견되고 있어 당국이나 과학자들이 꽤나 우려한다고 합니다.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가 다시 유출될 수 있기에 그렇지요. 참고로 롱이어비엔 주거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북극곰과 조우할 수 있기에 곳곳에 북극곰 경고판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롱이어비엔에서 배나 비행기를 타고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우리나라 다산기지가 있는 뉘올레순(Ny-Ålesund)에 닿습니다. 북위 79도 가량 됩니다. 뉘올레순은 스발바르 제도의 네 영구 거주지 중 하나인데, 전 세계에서 가장 북쪽에 자리잡은 영구 거주지로 인정받는 곳입니다. 과거에는 석탄을 채굴하던 광산 마을이었으나, 이제는 북극 연구를 위한 과학전진기지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지요. 이곳 만년빙과 빙하가 대단한데요. 슬프게도 지난 50년 간 과거 빙하의 1/3이, 최근 20년 동안에는 과거 빙하의 20%가 녹아 없어졌다고 합니다. 빙하가 녹아 사라지는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는 뜻이지요. 뉘올레순에 작은 박물관이 있어요. 거기를 방문했던 노르웨이 국왕이 이런 말을 남겼지요. "기후변화는 어느 한 국가나 한 분야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모든 분야의 전문가와 전 세계 시민이 함께 힘을 모아야만 해결할 수 있습니다."
롱이어비엔에 시신 매장이 합법화되는 때가 오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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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19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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