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세라트는 스페인 까딸루냐 지방의 종교적 성지다. 우뚝 솟은 기암괴석의 기세부터 묘한 영적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다. 산 중턱에 자리잡은 몬세라트 수도원은 '검은 성모상'으로 유명하다. 치료에 영험이 있다는 이 성모상을 알현하기 위해 주말이면 1~2시간 줄을 서야 한다. 순례객이 많은 탓이다. 성모상을 알현하고 나오면 수도원 건물과 기울어진 바위가 맞닿아 생긴 공간을 만난다. 실내 같은 이곳에서 수많은 촛불이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태우고 있다. 한국의 무속신앙이 연상되기도 한다. 수도원에서 등산열차를 타고 몬세라트 산으로 오를 수 있다. 저 밑에서는 톱니 같던 바위들이 가까이서 보면 제법 둥글둥글하며 귀여운 오리주둥이 같다. 바위와 건조한 기후 탓에 키 작은 관목이 식생의 대부분을 이룬다. 바위길을 따라 걷다 보면 몬세라트에서 내려다보는 기막힌 풍광을 즐길 수 있다.
몬세라트 수도원의 검은 성모상이 유명하지만 이곳에만 검은 성모상이 있는 건 아니다. 유럽의 다른 곳에도 검은 성모상이 제법 있다. 주로 남부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에 대략 400~500개 가량의 검은 성모상이 있다. 검은 성모상은 일본 만화 마스터 키튼에도 언급된다. 이 만화에서는 검은 성모상의 기원으로 인도의 시바신을 제시하고 있지만 근거가 약하다. 검은 성모상의 기원을 에티오피아의 시바 여왕, 이집트의 아이시스 여신, 혹은 막달라 마리아에서 찾는 주장이 더 강한 편이다. 검은 성모상은 대지의 여신, 치유의 여신으로 역할한 것으로 보이며, 가끔 이교도의 숭배대상이었던 모양이다. 검은 성모상들이 주로 동굴 혹은 지하 공간에 위치하고 있거나, 치유의 샘 근처에서 많이 발견되어 그렇다. 몬세라트 수도원의 성모상 또한 넓고 커다란 교회당이 아닌 작고 좁은 동굴 같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3SmFtXNqds
2023년 4월 4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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