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늘 술에 취해 있었다. 그의 집은 바람 잘 날 없었다. 살림살이를 때려 부수거나 아니면 아내와 애들을 팼다. 가족들이 우리집으로 도망쳐 오곤 했다. 날이 밝아 술이 깬 그의 표정에는 후회와 공허함이 함께 배어 있었다. 가정에 소홀하고 가족에게 폭력을 일삼았지만 이상스레 타인에게는 친절했다. 어쩌다 지인이라도 만나면 꼭 소매를 끌고 막걸리라도 한 잔 하자고 했다. 무엇보다 근동의 돈 좀 있고 힘 좀 쓰는 이에게는 친절하다 못해 비굴할 정도로 몸을 낮췄다. 어깨를 안으로 동그랗게 말고 구부정한 허리로 무슨 이야기건 예예 거리곤 했다. 그는 가족에게 빚과 상처만을 남긴 채 젊은 나이에 알콜 중독으로 세상을 떴다. 가족은 그의 죽음 이후 열심히 살았고 이제 모두 나름 행복하게 산다. 목이 말라 깬 새벽에 문득 그가 떠올랐다.
2023년 8월 18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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