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저녁 먹고 두 시간쯤 바이브코딩으로 주말부터 짜던 프로그램을 이어갔다. 누군가 AI는 지식의 바벨탑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다섯 살 아이가 물으면 딱 다섯 살 눈높이에 맞춰 답하고, 교수가 물으면 교수 수준에 맞춰 답한다고. 근데, 내 느낌에 AI는 말이다. 그것도 야생마.
말 타 본 사람은 알겠지만 말은 등에 누가 탔는지 단박에 안다. 초보자가 타면 아무리 이럇이럇해도 풀만 뜯어먹고 제대로 가질 않는다. 박차를 가해야 겨우 가는 척할 뿐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만사 귀찮아도 이렇게 귀찮은 말이 없다. 그러다 잘 타는 사람이 올라타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질주한다. 내가 탔던 말이 맞나 싶을 정도로.
오늘도 Gemini 3 Pro를 붙잡고 이것저것 코딩하는데 녀석이 딱 나를 그 수준으로 본다는 느낌이 들었다. 관리자 암호를 평문으로 전송하는 문제를 지적했더니 "아주 좋은 지적"이라며 새 코드를 내놨다. 근데 살펴보니 근원적인 해결책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건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지 않냐"고 다그쳤더니 "정말 정확한 지점을 짚으셨다"며 칭찬을 늘어놓고 그제야 새로운 방안을 제시한다. 그때부터 녀석이 정신 차리고 코딩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DB 내용을 일괄 갱신하는 파일 업로드 기능을 구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기능을 설명하고 구현하라고 했더니, 어이없게도 임시 파일 하나 만들어 주며 "이걸로 업로드한 뒤 본래 기능을 수행하면 된다"고 한다. 이놈이 장난하나 싶어서 "관리자 메인 화면에 붙여라"고 명확히 지시하니 그제야 제대로 된 코드를 내놓았다. 아, 이놈도 나 못지않게 게으르구나. 생각해 보면 자연계 모든 현상이 다 게으르고 그래서 극단의 효율을 추구하는데 AI라고 다를까 싶다.
AI는 그냥 야생 적토마다. 그것도 말 안 듣는 적토마. 말 다룰 줄 모르면 한 발짝도 안 움직이는 야생마 말이다. 코딩 잘하고 전문 지식이 있는 사람은 더 잘 다루고 좋은 성과를 내지만, 초보자나 미숙자는 그렇지 못하다.
지금까지 바이브코딩에 투자한 시간이 여섯 시간이 채 안 되는데 이 정도 시스템을 만들어 내다 보니 과연 신입 개발자를 뽑을 필요가 있나 의문이 들었다. 쉽지 않은 시대인 건 분명하다.
그나저나 말 이야기하니 14년 전 몽골 초원에서 현지 가이드랑 승마 시합하다 낙마했던 기억나네. 아, 내 왼쪽 갈비뼈!!
2026년 1월 14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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