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영국의 주요 뉴스는 버밍엄의 몇몇 학교들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사실상 운영되고 있다는 내용임. 영국 정치권과 총리까지 나서서 이 학교들에 대해 융단폭격을 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비씨를 포함한 주요 언론들이 매 시각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음. 정부의 지원금을 끊겠다고 통보하고 뭐 난리도 아님. '트로이의 목마'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아주 심각하게 이 문제를 다루고 있음. 이슬람에 대한 알레르기적 반응 같은 것이 막 느껴짐. 이번 지방선거나 유럽의회선거에서 반 유럽주의나 반 이민자주의(반 이슬람 정서가 가장 심함)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극우 영국독립당이 엄청난 득표를 했으니 더욱 그런 것 같기도 함. 근데, 제3자로서 보도를 보고 내용을 좀 찾아보면 이 학교들이 좀 과하게 이슬람의 가치를 가르치긴 했지만 그래도 영국 전체가 너무 호들갑 떠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함. 일단 이 학교들은 대부분 버밍엄의 이슬람 커뮤니티 내에 있는 학교들로서 공립학교가 아님. 그리고 이 학교들 2년 전에는 영국 정부가 실시하는 학교 평가에서 가장 모범적인 학교로 꼽혔던 학교들임. 근데, 학교 직원 중 누군가 익명의 투서를 하면서 이렇게 문제가 커지기 시작한 것임. 총리까지 나서서 모든 영국의 학교는 민주주의, 자유, 영국의 가치를 가르쳐야 한다고 압박하고 그러는데, 이 학교 학부모들이나 관계자들의 반박도 만만치 않음. "우리들 영국 시민으로서 다 세금 내고 교육 받으며 아이들 교육 시키며 살아왔다. 우리 애들한테 우리의 가치인 이슬람을 가르치는 건 사상과 종교의 자유와 관련된 것인데 왜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호도하는 것이냐? 2년 전에는 너희가 우리를 모범학교라고 하지 않았느냐? 교육에서 다양성의 가치가 중요하다고 하지 않았느냐?" 하면서... 이 학교들 중 일부가 남녀 분반해서 가르친 것 가지고도 막 떠들고 그러는데 사실 한국도 남녀학생 많이들 분반해서 가르치지 않음? 처음에는 언론에서 극단주의자(extremist)가 학교를 점령했다는 식으로 보도하더니 요즘은 좀 한 발 빼면서 강경주의자(hardliner)라는 식으로 표현을 바꿔서 보도하고 있음. 말빨이 좀 밀리는지 내무부 장관은 극단주의는 폭력적 극단주의이든 비폭력적 극단주의든 다 위험하다는 식의 발언하고 있고. 근데, 내가 봤을 때는 그냥 이슬람이 싫은 거임. 작은 사건 하나를 정치인들이 침소봉대하고 다시 언론들이 호들갑 떨고 그러는 것 같음. 그 이면에는 이슬람에 대한 공포가 자리잡고 있는 것 같고.
<Image Source : http://www.bbc.co.uk/news/uk-27766291>
2. 영국 비비씨가 공영 방송의 대표격이라 하더라도 애들 또한 영국 애들이니 애들 방송에서 대략 영국애들의 세계관 같은 게 느껴짐. 비비씨에서 느껴지는 영국애들이 세상을 보는 눈은 다음과 같음. 유럽은 세계 문명 선진국인데 동유럽이 골치거리임. 아프리카는 그냥 도와야 하는 대상. 중동과 이슬람은 그냥 골치거리. 한국, 중국은 경제 성장 이면에 사회적 문제가 많은 동네(졸부 보는 시선 같은). 미국은 맨날 총질 사고. 남미는 거의 관심 밖. 오늘도 비비씨에서 한국의 소위 바카스 할머니에 대해 보도. 한국 경제 성장 이면의 노인 복지 등을 다룬 것이라고 보면 됨. 사실 어찌보면 굉장히 쪽팔리는 내용인데 뭐라 할 수 없는 게 다 사실인 것을 어쩔 거임. 사회와 가족, 그리고 국가적 복지 체제에서 소외된 노인들의 현실을 노인 성매매를 빌어 보도한 것임. 그나저나 한국의 공영방송 KBS는 언제 영국 와서 영국 사회 문제 좀 깔 거임?
2014년 6월 11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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