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FOSS4G Auckland 행사에 참가했던 우리 직원 10명 중 나 포함 3명만 주말에 귀국했고 나머지 7명은 지금도 뉴질랜드에 남아 이번 주 내내 여행 중이다.
재밌는 점은 남은 7명의 여행 방식. 단 2명만이 짝을 지어 움직일 뿐, 나머지 5명은 모두 각자 여행을 택했다. 텐트와 캠핑 장비를 싸 들고 간 한 명은 북섬에서 휴가를 즐기고 나머지는 모두 남섬으로 넘어갔지만 그들의 여행 방식은 다르기만 하다.
차를 빌려 다니는 이들도 있고, 대중교통으로만 여행하는 이도 있고, 현지 여행사의 상품을 징검다리처럼 이용해 여행하는 이도 있다. 대부분 젊은 직원들인데 혼자 캠핑하고 밥 먹고 운전하고 구경하고 길을 찾는 데 주저함이 없다. 같은 회사 동료들이고 낯선 이국땅에 있지만 서로의 동선을 맞추기보다 온전히 자신만의 취향과 계획에 집중한다. 나로서는 함께 여행하면 더 안전하고 돈도 아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말이다.
반면, 귀국하는 비행기 안의 풍경은 사뭇 달랐다. 6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단체 관광객이 많았는데 그들의 움직임은 군집 비행을 하는 벌떼 같은 느낌을 줬다. 잠시라도 일행과 떨어지면 큰일이라도 나는 듯 서로가 서로의 시야 안에 있어야만 안도감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개인과 개인 사이의 공간은 거의 없다시피 극단적으로 가깝게 밀착해 움직였다.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불안한 듯 서로를 확인하며 화장실 갈 때조차 함께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이들에게는 '누구와 함께 있느냐(혹은 무리에 속해 있느냐)'가 생존의 문제처럼 보였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언니' 혹은 '형님'을 찾는 외침이 곳곳에서 연신 들렸다.
이 세대에게 세상은 홀로 맞서기엔 두렵고 거친 곳이었고 개인보다는 집단을 우선시하는 시대였기에 '우리'라는 집단의 울타리 안에서 확인하는 소속감이 곧 안전이었고 안도였다. 하지만 지금 젊은 세대에게 세상은 그저 내 취향을 실현하는 무대일 뿐이다. 젊은 세대는 집단에 묻어가며 얻는 흐릿한 안정감보다 조금 힘들고 비싸고 외롭더라도 자기 마음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는 자유를 택한다. 그만한 경험이 이미 쌓인 세대이기도 하다.
기성세대에게 ‘집단 속에 있을 때 느끼는 안정감’이 중요한 가치였다면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나만의 취향과 경험을 스스로 선택하는 자유'가 더 중요하다. 누구와 함께 가느냐보다 내가 어떤 경험을 하고 싶은지가 더 우선이다. 집단에 소속될 때만 안정감을 느끼던 시대에서, 자신의 취향과 속도에 맞춰 움직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시대로의 전환이다.
어느 세대가 옳고 그르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여행 방식의 변화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관계'와 '자아'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몇 자 적어봤다.
2025년 11월 26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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