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스톡홀름 알란다 공항에서 입국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아 나오는 길, 아이가 스마트폰을 짐 찾는 곳 내부 화장실에 두고 나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나라와 달리 출국장 게이트에 어떤 직원도 없었다. 순간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아이가 원망스럽기도 했고, 여행 첫날부터 일이 꼬이는 걸 보니 이번 여행도 쉽지 않겠구나 하는 불안감이 몰려왔다. 공항을 이리저리 돌아다녀도 직원 하나 보이지 않아 신기할 정도였다. 내부 직원 출입구를 간신히 찾아가 사정을 이야기하니, 어디로 가서 벨을 누르라고 알려준다. 아이가 달려가 벨을 누르고 설명하자 공항 직원이 나와 우리를 다시 짐 찾는 곳으로 데려다줬다. 스마트폰은 그대로 있었다. 첫날부터 꼬일 뻔했던 일정이 이렇게 잘 풀렸다. 우리는 이 어려움을 함께 넘겼다는 안도감에 오히려 화기애애하게 스톡홀름행 기차에 올랐다.


오늘 아침 웁살라 가는 기차표를 사는데 역무원이 오늘부터 8월 중순까지 해당 노선의 일부 구간이 공사 중이라고 일러준다. 중간 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다시 기차로 환승해야 한다며 관련 정보가 담긴 인쇄물을 건넨다. 공사를 오늘부터 시작했단다. 해당 역에서 기차 승무원이 자세히 안내해줄 거라고 했는데, 역 근처에 다다랐지만 승무원은 나타나지 않고 다른 승객들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기차 내부 안내창은 계속 최종 목적지를 웁살라라고 표시한다. 중간에 내려야 한다면 분명히 방송을 하거나 안내 메시지가 나올 텐데 아무런 안내가 없다. 내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내릴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마음은 걱정스럽고 조마조마했지만 거의 내리지 않는 다른 스웨덴 승객들을 보며 뭐 어떻게되겠지 하며 자리를 지켰다. 역무원 설명과 달리 공사 없이 그냥 웁살라까지 잘 도착했다. 그래 이게 유럽이지 하면서 말이다. 


오후에 웁살라에서 스톡홀름으로 돌아기기 위해 검색했더니 이제는 아침 역무원 말대로 특정 구역에서 공사 중이라고 나온다. 찾아 보니 급행 열차는 그 구간을 안 지난다. 오후 6시 8분에 출발하는 급행 열차를 타야겠다고 마음 먹고 웁살라 중앙역에 갔더니 표 파는 곳이 없다. 아내가 다른 승객에게 물어보니 표는 오직 온라인으로만 구매 가능하단다. 알려준 웹사이트로 접속했더니 속도가 느려도 너무 느리다. 데이터 로밍 한도를 다 쓰고 이제 최저 속도로 접속하는 모양이었다. 어찌어찌 접속해서 여정정보 입력하고 결제창까지 가니 한국 결제창이 뜨면서 앱카드 결제를 요청한다. 한국 카드앱을 실행했더니 인터넷 속도가 느려서 그런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 자꾸 앱이 튕긴다. 6시 8분 기차는 이미 와 있고 결제는 안 되고 미치고 환장하겠기에 결제를 취소하고 다시 6시 20분 기차 결제를 시도했다. 인터넷 속도가 느린가 해서 위치도 옮기고. 아까의 경험을 바탕으로 빠르게 재입력해서 6시 20분 기차 결제를 마쳤다. 모든 결제가 완료되었다며 [Done] 버튼을 누르라고 하기에 그 버튼을 눌렀더니 모든 정보가 사라지고 웹 페이지가 첫 화면으로 바뀐다. 당혹스러웠다. 회원 가입을 하지도 않았는데 이 예매정보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하면서 말이다. 웹 페이지의 여러 메뉴를 돌아다녀 봐도 예매정보는 보이지가 않는다. 이메일을 입력했으니 이메일로 오겠지 하고 메일박스를 계속 들여다봐도 메일이 안 온다. 아무리 찾아도 예매정보는 보이지 않고 이제 6시 20분 기차가 미끄러져 들어온다. 예매가 됐는지 안 됐는지 확인도 안 되는 상황인데 속은 타들어가고 이러다 기차도 못 타고 돈도 날리는 건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멈춘 기차에서 내린 차장에게 사정 설명을 했다. 예약을 했는데 예매정보가 안 보인다고 했더니 로그인해서 찾으라고 한다. 로그인 정보가 없고 이메일만 입력했다고 했더니 이메일로 예매정보가 날아가는데 시간이 제법 걸린다고 한다. 기차를 미리 타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절대 안 된다고 한다. 그러면 기차 안에서 돈 내고 직접 표 끊을 수 없냐고 하니 그것도 절대 불가능하다고만 한다. 절망감과 실망감으로 아내와 애를 바라보다 기차 출발 직전 마지막으로 핸드폰을 보니 예매정보가 드디어 메일로 도착했다. 돌아가다 차장에게 소리지르고 보여주니 바로 'Quick quick'을 외친다. 이미 기차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뛰어서 먼저 타고 아내가 그 다음에 탄 뒤 마지막에 애가 탈 때는 기차 속도가 제법 붙은 상태였다. 애까지 태우고서 차장이 문 손잡이를 붙잡고 점프하며 기차에 올라탔다. 무슨 은하철도999나 피난민 기차 타는 느낌이었다. 정말 딱 10초 사이에 그렇게 지옥과 천국을 오갔다. 기차에 오르고서야 셋은 안도와 황당함이 섞인 웃음을 지었다. 와, 세상에는 종이표를 아예 안 파는 곳도 있구나, 애매한 기차표가 이메일로 오는데 10분이나 걸리는구나 하면서 말이다. 


여행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여행의 묘미이자 교훈이다. 여행 기간 내내 실수와 사건사고, 돌발상황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여행이 계획한대로 완벽하게 진행되었다면 우리가 충분히 낯선 곳으로 떠나지 않았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낯선 장소의 낯선 문화와 제도는 우리의 익숙함과 안일한 기대를 부수곤 한다. 친숙한 공간과 안전한 일상을 떠나 낯설고 새로운 곳을 탐험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겪는 일이다. 예기치 못한 상황을 잘 극복했으면 안도와 함께 뿌듯함을 느끼면 되고,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화나 원망 없이 그저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면 된다. 여행을 꿈꾸고 떠나는 이유다.

 

 

 

 

2025년 6월 28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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