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어제 오랜만에 울었다. 기쁨의 눈물이다. 가을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어제 드디어 목표했던 10km를 처음으로 완주하고 너무 행복해서 눈물을 쏟았단다.

 

달리기 시작한다고 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최근 한 달 동안은 거의 매일 뛰었다. 여건이 안 되면 3km, 아니면 5km 이런 식으로 계속 뛰는 거리를 늘려가고, 또 10km를 쪼개서 아침에 3km, 오후에 5km, 저녁에 2km 이렇게 뛰더니 드디어 첫 목표였던 10km를 완주한 것. 지난달에 신발을 바꾸더니 신발이 너무 잘 맞는다며 더 달리기에 열중했다. 역시 장비빨인가 싶지만, 뉴밸런스 70% 세일할 때 어쩌다 고른 신발이 딱 애와 맞았던 모양. 엄마아빠와 이야기도 거의 달리기로 시작해서 달리기로 끝난다. 템포런이 어떻고 데일리런이 어떻고 쫑알댄다. 자식이 이렇게 규칙적으로 운동하는데 마다할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적극 지지하고 마음껏 연습해서 나중에 올림픽 대표로 나가라고 농담하고 그랬다.

 

규칙적인 운동은 체력을 키울 뿐 아니라 뇌를 행복하게 하고 지적 능력을 향상시킨다. 나 자신이 자전거를 타며 경험했고, 다른 수많은 과학적 연구가 이를 증명한다. 운동은 몸의 건강보다는 마음의 건강을 위해 필수적이다. 애도 달리기에 재미를 붙인 뒤 지금껏 힘들어하던 수학에 자신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긍정적 정서가 강화되며 학교생활에서 겪는 여러 스트레스와 어려움을 잘 극복해내는 모습도 느껴진다. 수면의 질과 체력이 좋아진 건 기본이다.

 

애의 성화에 못 이겨 나도 달리기에 입문하기로 약속했다. 아내도 이번 기회에 한번 시작해 보겠다고 한다. 달리기 가족이 탄생하는 모양새다. 애가 거리별 운동화 종류표를 엄마아빠에게 벌써 공유해 줬다. 자전거를 함께 타며 이런저런 이야기할 기회가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했더니, "달리기도 같이하고 자전거도 같이 타면 되지 뭐?"하는 아주 쿨한 답이 왔다. 역시 달리기가 만들어낸 긍정 마인드다.

 

장비 없이 원시인처럼 뜀박질하기보다는 우아한 문명인으로서 자전거를 즐겼던 나로서는 솔직히 달리기 입문이 영 내키지 않는다. 내가 뛰는 이유는 오롯이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다. 이 가정의 평화를 온전히 지켜내기 위해서는 내 자전거 값 정도의 '카본 러닝화'가 우선 필요하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2025년 11월 23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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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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