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추운 밤 길,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들으며 걷는다. 의지와 무관하게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낙하하는 빗방울들이 우울하게 느껴진다. 폭우 속을 헤매는 연인 조루즈 상드를 어찌할 수 없었던 쇼팽처럼. 

2. 영화 존윅2의 가장 강렬한 장면은 지아나의 자살 장면이다. 존에게 죽임을 당하는 대신 지아나는 자살을 택한다. 이유를 묻는 존에게 지아나는 담담히 이야기한다. 지금껏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왔으니 죽음도 자신이 선택하겠다고. 따뜻한 물로 채워진 욕조에 들어가 양팔을 긋고 선홍의 피는 아름다운 나신의 그녀를 물들인다.  

3. 태어난 것도 부모도 국가도 내가 선택한 게 아니다. 태어나 보니 그러했을 뿐. 생로병사 중 자유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건 죽음뿐이라던 지인은 암시처럼 세상을 스스로 떠났다. 인생의 최정점에서.  

4. 지아나나 지인이나 모두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스스로 박제하고 날인한 느낌 같다. 불안함과 음울함으로 시작한 쇼팽의 곡은 평온함과 따뜻함으로 마감한다. 쇼팽은 이 곡을 마지막으로 조루즈 상드와 이별한다.


2019년 1월 22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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