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입니다. 가족여행 왔습니다. 아내가 여기서 공부했지요. 연애시절 서울에서 제가 월요일 날 편지를 부치면 금요일 오후에 이곳에 닿았습니다. 편지를 읽고 아내가 다시 월요일에 답장하면 금요일에 제가 편지를 받았습니다. 한 번 소식이 오가는데 2주가 걸리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 막 인터넷이 열리며 이메일도 있었지만 급한 연락 아니면 대부분은 편지로 소식과 사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2주 간의 기다림은 기쁨이든 슬픔이든 들끓는 분노든 뭐든 둥글게 평탄화하는 마법을 보여줬습니다. 그리워하는 마음만은 더 애틋했지만요.


그때 주고 받은 편지를 서재 한켠에 모아뒀더랬습니다. 몇년 전 애가 우연히 그 편지 꾸러미를 보고 읽어봐도 되냐고 묻더군요. 그러라고 했습니다. 애가 편지를 읽자마자 얼마나 낄낄거리고 엄마아빠를 놀려대던지 제가 다 무안했습니다. 느끼해서 두 줄을 못 읽겠다는 둥 낯뜨거워 토할 것 같다는 둥 진짜 현실에서 이런 표현을 쓰는 사람들을 처음 봤다는 둥 별의별 이야기를 다 쫑알거렸습니다. 조용해서 돌아보니 편지 여러 통을 계속 읽더군요. 


가끔 스웨덴 이야기를 하던 아이가 올초 스웨덴을 여행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번 여행의 시작입니다. 온가족이 모두 바쁘고 힘겨운 여러 달을 보냈습니다. 스웨덴에서 한 박자 늦추며 조금 쉬려고 합니다. 느리게 걸으며 사는 이야기도 하고 엄마 공부했던 곳에 놀러도 가고. 때로는 아무 것도 안 하고 공원에서 호수 보며 뒹굴뒹굴 하기도 해야겠지요. 


여기는 해마저도 밤 10시 넘어 느릿느릿 지네요.

 

 

2025년 6월 27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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