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공만을 읽은 딸애가 이번에는 벡터가 뭔지 물어본다. 마침 회사 결산 자료 살펴보려고 엑셀을 켜놓은 상태라 그냥 엑셀에 그림 그려가며 이야기해줬다. 재밌어 하더니 이번에는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어달라고 한다. 양자역학의 입자와 파동의 상보성 원리를 설명해 주고 관측과 정보 없는 세상은 그저 확률적 파동 상태일 뿐이라고 이야기해줬더니 이해를 못 하는 눈치다. 그래서 이렇게 설명해줬다. 네가 날마다 하는 마인크래프트의 지도가 넓지만 화면에는 네가 플레이하는 곳만 표시되지 않더냐 나머지는 보이지도 않고. 그때서야 눈이 둥그래지며 진짜 세상이 그러냐고 물어본다. 그렇다고 했더니 와, 그럼 우리는 게임 속 캐릭터고 아빠가 날마나 일 하러 다니는 거는 게임 플레이어가 미네랄 캐라고 시키는 거네 이런다. 아, 이게 아닌데 싶어 유투브에서 동영상을 찾아 몇 개 보여줬다. 그 유명한 이중슬릿 실험이며 Delayed Choice Quantum Eraser 실험이며 말이다. 계속 감탄을 하며 양자역학 너무 재밌어 너무 재밌어를 연발하더니 이번에는 상대성 원리를 물어본다. 앞으로 달리며 빛을 쏘나 뒤로 달리며 빛을 쏘나 빛의 속도는 일정하다는 이야기도 해 주고 중력과 시간의 관계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줬다. 유투브에서 관련된 동영상도 찾아 보여주고. 중력 관련 동영상을 보며 블랙홀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주제가 우주로 번졌다. 우주는 빅뱅으로 생겼고 나이는 138억년이다. 그런데,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는 465억 광년이 넘는다. 무엇을 의미할까? 눈이 반짝반짝 하더니 우주가 빛보다 더 빠른 속도로 폭발하고 있는 거네 이런다. 그렇지. 어떤 물체도 빛보다 빠를 순 없지만 우주는 빛보다 더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단다. 딸애는 우주 안에 또 다른 우주가 있을 것 같고 그 우주 안에 또 우주가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다중우주와 평행우주에 대해 알려주니 수학, 양자역학, 상대성 이론이 너무 신기하고 재밌다고 폴짝폴짝 뛰며 문득 한마디를 던진다. "나랑 대수방정식 풀며 놀 사람?" 이건 야공만 갈루아 편의 패러디다. 이렇게 만화책이 무섭다.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9년 1월 1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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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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