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방학을 했다. 옆에서 방학 기념으로 무한 게임 중이다.

 

지난 1월에 세종으로 이사 오며 걱정한 게 애의 심리적 안정과 교우 관계였는데 한 학기를 보내고 나니 모두 기우였구나 싶다. 이사 오기 전 낯선 곳에서 낯선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고 속내를 드러냈는데 다행히 잘 적응한 것 같다. 애는 스스로 표현하기를 핵인싸는 아니어도 인싸로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자기도 처음 만난 친구들과 이렇게 빨리 친해질지 몰랐다며 놀라고 있기도 하다.

 

얼마 전에는 친구들이랑 시내 방탈출카페에 놀러갔다 온다고 했다가 약속한 시각보다 많이 늦어져 나랑 엄마한테 혼쭐이 나기도 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친구들이랑 빙수집에서 팥빙수 먹고, 롯데리아 가서 버거 먹고, 또 버스 잘못 타서 한참 헤메다가 덥다고 카페 가서 음료수 마시고, 그러다가 부모들이 전화하니 허겁지겁 돌아온 경우였다. 약속한 시각보다 늦게 왔으니 혼내기는 했지만 그래도 돌아서서는 신나는 모험이었겠구나 하며 다독거려주기도 했다. 내 어렸을 적 생각해 보더라도 이맘 때 활동반경을 서서히 넓혔던 것 같다.

 

한 5년만에 엄마랑도 같이 사니 확실히 심리적으로도 안정되었다. 예전처럼 이유 없이 복통이나 두통을 호소하지도 않고 엄마아빠의 잔소리를 유머러스하게 받아넘기는 여유도 보인다.

 

요즘은 작곡에 빠져 있다. 작곡한 몇 곡을 묶어 자신만의 앨범을 만들기도 했다. 얼마 전 자신이 작곡한 Alien이라는 곡을 들려줬는데 제법 구색을 맞춘 음악이었다. 작곡이라고 해봤자 가라지밴드를 이용한 믹싱에 가깝지만 그래도 자신의 색을 분명히 드러내는 것 같아 기특했다. 곡이 Acid Techno 계열 같다고 하니 한참 유투브를 뒤지고나서는 왜 Acid Techno 계열의 음악에는 Alien이라는 이름의 곡이 많냐 아빠는 그걸 어떻게 알았느냐 질문을 쏟아낸다. 아, 아빠가 결혼 전에 홍대클럽을 자주 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가정의 평화를 위해 생략한다.

 

이 여름 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고민하길래 그냥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알아서 하라고 했다. 대신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주제로 하는 음악을 만들어서 떼돈을 벌어주면 저작권수입료 관리는 아빠가 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ㅎ

 

아프지 않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학교 다녀온 것만으로도 이 어려운 때 제 할 일 다 했다. 고맙다.

 

2021년 7월 16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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