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자전거 타다 뱀을 만났습니다.

 

아람찬교를 지나 동쪽으로 더 가면 거기서부터는 가로등이 없어 칠흑 같은 어둠이거든요. 동쪽 맨끝까지 갔다 돌아오는데 자전거 전조등 앞쪽으로 뭔가 기다란 밧줄 같은 게 보이더군요. 뭐지 하며 달리다가 뱀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봐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무늬로 봤을 때 유혈목이나 능사로 보였습니다. 아이가 달리는 길 앞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어 위험해 보이더군요. 뱀이라고 소리치고 아이에게 속도 줄이지 말고 빠르게 달리라고 했습니다. 다행히 애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빠르게 뱀 위를 지나쳤고 뱀을 지나서는 페달에서 발을 떼 발을 위로 접어 방어자세를 취한 상태더군요. 약간 놀라기는 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놀라지는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근데 애가 자신이 뱀을 죽인 게 아닌가 자책하는 것 같아 이미 죽은 뱀이었을 거라고 위로해 줬습니다. 그리고, 살아있는 뱀이었다 하더라도 자신의 생명을 위해서는 과감하게 그런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북극곰을 보호해야 하지만 북극에서 곰을 만나면 자신의 생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방아쇠를 당겨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이죠.

 

세종에서 자전거 타며 개구리, 두꺼비, 고라니, 오소리에 이어 오늘은 뱀까지 만났네요. 아직 멧돼지 안 만난 게 다행은 다행입니다. 딸에게 스코틀랜드 들판을 지나치다 그냥 사슴을 만났 듯 세종도 자연이 좋아 여러 동물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해줬습니다. 다행히 크게 놀라지 않은 듯 옆에서 열심히 게임 중입니다. ㅎ

 

2021년 8월 20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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