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빠, 외계인이 지구인을 보면 우리가 사마귀 보는 마음과 같을 것 같아."
"왜?"
"사마귀 암컷은 수컷 잡아먹잖아. 자기 자식 아빠인데. 근데, 인간들도 같은 동족끼리 맨날 싸우고 죽이잖아. 외계인이 봤을 때 참 신기할 거야. 마치 우리가 사마귀 보며 신기해 하듯이."
"@.@"
2.
"아빠, 나는 뭐지?"
"갑자기 무슨 말이야?"
"결국 뇌가 모든 걸 느끼고 내 몸을 조종하잖아. 그럼 뇌가 나인가? 내 몸과 뇌가 합쳐서 나인가?"
"아, 그건 현대 뇌과학에서도 쉽지 않은 주제인데."
"또 내 손과 발, 눈과 코, 귀나 입이 내 몸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곳에 있어도 뇌는 그것을 알아채지 못할 수 있잖아. 전기적 신호만 주면."
"그치. 실제로 대륙을 건너 떨어져 있는 두 쥐의 뇌를 사실상 연결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지."
"어쩌면 뇌만 어디엔가 있고 우리가 느끼는 모든 게 다 몸 밖의 어떤 신호이고 그럴 수도 있잖아. 그렇다면 도대체 나는 뭘까?"
"그래서 철학자 데카르트가 모든 걸 의심하다 그래도 생각하는 나는 존재하는구나 결론지었지. 물론 생각하는 나와 존재하는 내가 같다는 보장은 없지만. 마치 꿈 속에서는 내가 꿈 꾸는 걸 모르는 것처럼."
"근데, 꿈은 현실감이 없어."
"그치. 근데, 넌 참 철학적이고 종교적이다. 천체물리학자보다는 네 이름을 따서 종교 하나 만들면 대성공할 것 같은데?"
"뭔 소리야? 최소한 나는 헛소리로 돈 벌 생각은 없거든."
"@.@"
2021년 9월 9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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