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출산율은 혼인율 추세와 나란하다. 무슨 말인고 하면 혼인이 증가하면 출산도 증가하고, 혼인이 감소하면 출산도 감소한다.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싶겠지만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는 결혼과 관계없이 애를 낳는 비중이 크다. 즉, 비혼출산율이 꽤 높다. OECD 평균 비혼출산율이 40%가 넘는다. 프랑스는 60%가 넘고, 스웨덴도 55%가량이며, 영국과 스페인도 태어나는 아이의 절반 가량은 비혼출산이다. 한국만 비혼출산율이 2.3% 가량이고 이중 절반은 미성년자 출산이다. 비혼출산율이 높은 국가는 합계출산율도 높은 경향을 보인다.
한국도 출산율을 높이려면 혼인율을 올리면서 비혼출산율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결혼이 이제 중산층 이상에서나 가능한 제도가 되어버린 현실, 그리고 결혼에 관한 통념 변화 등으로 혼인율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이다. 비혼출산율을 높이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일 게다. 당장 주변을 둘러보더라도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차갑다 못해 차별을 당연시 한다. 얼마 전 연예인 사유리 씨가 비혼출산을 했을 때 '비혼모 출산 부추기는 공중파 방영을 중단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호응을 얻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혼출산은 '정상 가족'을 해체하려는 시도쯤으로 받아들여진다.
유력 대통령 후보들의 출산 관련 정책을 대충 한 번 살펴봤다. 대부분 소위 '정상 가족' 혹은 '혼인 부부'의 출산양육 시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만 정책을 내놓고 있다. 비혼이면서도 출산을 하고픈, 혹은 비혼출산을 이미 한 이들에 대한 정책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기 어렵다. 아마 그런 정책 내놨다가는 미혼모 양산하려는 시도라며 종교단체에서 들고일어날 것이고 사회 곳곳의 도덕적 성인군자란 성인군자는 다 등장해 이러쿵저러쿵 훈계질을 하며 표 떨어지는 소리가 전국에 가득할 것이다. 그래도 한 나라를 책임지겠다는 대통령 후보라면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후보라면 이 길이 가야만 할 길임을 알리고 설득하고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 혼인부부 중심의 출산장려책은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더 심화시키는 또 하나의 기제로 작동할 위험도 있다. 결혼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이들만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까.
누가 도대체 비혼이면서도 애를 갖고 싶냐고? 2020년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40%이고, 전체 가구의 63%가 이미 1~2인 가구다. 비혼 출산 관련해서도 응답자의 30%가 결혼 없이 애를 낳을 수 있다고 답했고, 48.3%는 비혼출산을 수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사회는 이미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과거 '정상 가족'은 해체되고 가족의 의미는 다시 구성되는 중이다.
공정과 평등, 멀리서 찾을 것 없다. 혼인출산을 하든 비혼출산을 하든 동등하게 혜택 주고 장려하는 게 공정이고 평등이다. 결혼을 하든 말든 혼인출산을 하든 비혼출산을 하든 그건 개인의 자유와 선택에 관한 문제다. 이런 것 하나 제대로 못 도와주는 나라가 도대체 무슨 소용일까 싶기도 하다. 다 떠나서 애가 태어나면 그 상황이 무엇이든 국가가 모두 책임지겠다는 강고한 의지와 정책, 그리고 나와 다른 이에 대한 사회적 포용을 보여주지 않는 한 출산율 추락의 가속도를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2021년 10월 11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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