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rce: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65185683>

 

2000년에 창업했는데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시 창업할 생각 없다. 23년간 사업하며 스트레스가 극심했고 지금도 극심하며 앞으로도 극심할 거다. 이 생각에 또 스트레스가 극심해진다. 맥주, 음악, 자전거 없었으면 미쳤거나 아니면 어디로 사라졌을 거다. 


겉으로는 항상 밝고 활기찬 모습을 보이지만 속은 썩어 들어가고 정서적으로는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며 육체적으로는 자기 건강도 제대로 못 챙기는 게 사업가와 경영자들이다. 아이구 사장님 사장님 하는 호칭도 연락 자주 하고 함께 즐기던 지인들도 사업 망하고 나면 거품처럼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도 다들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주변에서 하도 많이 망해서 잘 안다. 성공한 사업가나 기업과 늘상 비교되는 건 덤이다. 


회사에 관해 절대적 책임과 위험을 지지만 그에 걸맞은 경제적 보상을 받기도 쉽지 않다. 상당한 이익을 내야 이게 가능한데 대부분의 기업체가 생존선 근처에서 아등바등한다. 사실 안 망하고 생존선 근처에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오히려 창업하고 사업을 한다는 건 사회적 빚쟁이가 되겠다는 자기 선언이다. 고객은 갈수록 더 적은 금액으로 더 많은 요구를 할 것이며 직원은 끊임없이 더 많은 임금과 복지를 요구할 것이며 주변에서는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사장'으로써 역할을 요구할 것이다. 굴리다가 멈추면 쓰러지는 외발자전거에 탔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된다. 


물론 해결책은 있다. 이 모든 스트레스와 압박을 견디고 사업에 성공하기 위해 냉혈한 소시오패스로 전향하면 된다. 호주 본드대학교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최고경영자 1,000명 중 21%가 임상적으로 강한 소시오패스적 특성을 보였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케빈 더튼의 연구 결과도 유사하다. 성공한 경영자들은 일반인보다 더 소시오패스적 성향이 강했는데 그들에게서는 무자비함, 매력, 집중력, 강인한 정신, 배짱, 현실감각, 실행력과 같은 7가지 공통 특징이 발견되었다. 이상 따위는 접어두고 필요할 때는 무서운 칼질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성정이 다른 이가 갑작스레 소시오패스가 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조커가 어디 처음부터 조커였던가? 웃는 얼굴을 분칠한 조커처럼 많은 이들이 흑화되기 시작한다. 웃는 겉모습이 진짜 자신인지 아니면 우는 속마음이 자신인지 구별하기 어려워지며 언행이 무자비해진다. 이런 과감함이야말로 경영자의 특별한 자질이라 자위한다. 그러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묻곤 한다. '나는 왜 사업을 시작했는가?' 하고.

 

2023년 4월 8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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